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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법’ 반쪽짜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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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보조금 경쟁 완화만 초점…단말기값·요금 인하는 뒷전 이동통신 사업자가 같은 스마트폰을 ㄱ에게는 10만원에 팔고, ㄴ한테는 30만원에 줬다고 하자.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금지한 고객 차별 행위에 해당된다.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면, 똑같이 10만원에 팔라고 해야 할까, 30만원에 주라고 해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해 10월1일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이런 경우 30만원을 받게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과 법은 국민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런데 단통법은 이를 거슬러 국민 부담을 키운다. 이통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을 완화해 고객 차별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췄을 뿐, 이용자 편익 증진 장치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통법이 온전한 효과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값 하락 및 요금인하·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부분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아 ‘단통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보조금 차별 지급 막았지만 이용자 편익 증진 장치는 없어 오히려 부담만 키울수도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효과에 대해 “보조금 경쟁을 안정화하면서 출고가 인하 경쟁을 촉발하고, 이어 요금 인하 및 서비스 향상 경쟁이 나타날 것이다. 모든 이용자한테 받는 요금 수익으로 소수 이용자들한테만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후생이 왜곡되고,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단말기 유통법 10월 시행, 통신요금 인하될까’ 토론회 발표문에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요금 인하 및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통신 과소비를 조장하는 문제 등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독과점 심화로 단말기 시장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쪽은 “보를 막았다고 물이 자동으로 논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고인 물이 논으로 흐를 수 있게 따로 수로를 내거나, 필요하면 펌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국회에서 단통법안을 심의할 때부터 제기해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면 이통사 실적이 크게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단통법이 이통 3사간 경쟁을 제약해, 에스케이텔레콤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더욱 고착시키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용자 쪽에서 볼 때 단통법은 ‘반쪽짜리’ 구실 밖에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단통법의 국회 통과 뒤, 증권사들이 이통 3사, 그 중에서도 에스케이텔레콤의 실적 전망을 밝게 보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순환 영업정지에 이어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을 덜 쓰게 되니 실적이 좋아지고, 특히 에스케이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가입자 기준) 방어 노력을 덜 해도 돼 실적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단통법 시행 효과로 내세운 ‘요금 인하 경쟁 및 정보기술융합(ICT)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 실적만 좋아지고 자발적 요금 인하 나설지 미지수 시민단체들 “추가 정책 필요” 사실 미래부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투자 여력 확대를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를 막아왔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이동통신 요금을 10% 내리면 가입자 개인한테는 자장면 한그릇 값밖에 안되지만, 모으면 1조원 가량이 돼 새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운용하고 있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며 해마다 높은 요금을 받아 남긴 이익으로 주주들에게 배당 선물을 안기고,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베풀었다. 그나마 이용자와 시민단체의 요금인하 요구가 거셀 때마다 월 기본료와 통화료 등을 찔끔찔끔 내리던 것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멈췄다. 대신 요금 할인을 통한 요금인하 효과를 앞세웠다. ‘가족 결합 할인’, ‘약정할인’, ‘단말 할인’ 등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이름의 할인 명목을 달았다. 하지만 ‘중복 할인 금지’ 조건을 달아, 이용자가 요금을 할인받을 기회는 대부분 한번에 그쳤다. 결국 지난 10여년 동안 통신요금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할인’이란 겉포장만 바꿔온 셈이다. 인하와 달리 할인은 요금제를 바꿀 때마다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작성자 : 전문기자 (dudtm00) 날짜 : 2014-05-12 오전 9:07:21

‘단말기 유통법’ 반쪽짜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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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경쟁 완화만 초점…단말기값·요금 인하는 뒷전

이동통신 사업자가 같은 스마트폰을 ㄱ에게는 10만원에 팔고, ㄴ한테는 30만원에 줬다고 하자.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금지한 고객 차별 행위에 해당된다.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면, 똑같이 10만원에 팔라고 해야 할까, 30만원에 주라고 해야 할까.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해 10월1일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이런 경우 30만원을 받게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과 법은 국민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런데 단통법은 이를 거슬러 국민 부담을 키운다. 이통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을 완화해 고객 차별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췄을 뿐, 이용자 편익 증진 장치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통법이 온전한 효과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값 하락 및 요금인하·서비스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부분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아 ‘단통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보조금 차별 지급 막았지만

이용자 편익 증진 장치는 없어

오히려 부담만 키울수도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효과에 대해 “보조금 경쟁을 안정화하면서 출고가 인하 경쟁을 촉발하고, 이어 요금 인하 및 서비스 향상 경쟁이 나타날 것이다. 모든 이용자한테 받는 요금 수익으로 소수 이용자들한테만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후생이 왜곡되고,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단말기 유통법 10월 시행, 통신요금 인하될까’ 토론회 발표문에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요금 인하 및 투자 여력이 축소되고,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통신 과소비를 조장하는 문제 등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독과점 심화로 단말기 시장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쪽은 “보를 막았다고 물이 자동으로 논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고인 물이 논으로 흐를 수 있게 따로 수로를 내거나, 필요하면 펌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국회에서 단통법안을 심의할 때부터 제기해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면 이통사 실적이 크게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단통법이 이통 3사간 경쟁을 제약해, 에스케이텔레콤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더욱 고착시키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용자 쪽에서 볼 때 단통법은 ‘반쪽짜리’ 구실 밖에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단통법의 국회 통과 뒤, 증권사들이 이통 3사, 그 중에서도 에스케이텔레콤의 실적 전망을 밝게 보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순환 영업정지에 이어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을 덜 쓰게 되니 실적이 좋아지고, 특히 에스케이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가입자 기준) 방어 노력을 덜 해도 돼 실적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단통법 시행 효과로 내세운 ‘요금 인하 경쟁 및 정보기술융합(ICT)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 실적만 좋아지고

자발적 요금 인하 나설지 미지수

시민단체들 “추가 정책 필요”

사실 미래부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투자 여력 확대를 이유로 통신요금 인하를 막아왔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이동통신 요금을 10% 내리면 가입자 개인한테는 자장면 한그릇 값밖에 안되지만, 모으면 1조원 가량이 돼 새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운용하고 있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며 해마다 높은 요금을 받아 남긴 이익으로 주주들에게 배당 선물을 안기고,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베풀었다.

그나마 이용자와 시민단체의 요금인하 요구가 거셀 때마다 월 기본료와 통화료 등을 찔끔찔끔 내리던 것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멈췄다. 대신 요금 할인을 통한 요금인하 효과를 앞세웠다. ‘가족 결합 할인’, ‘약정할인’, ‘단말 할인’ 등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이름의 할인 명목을 달았다. 하지만 ‘중복 할인 금지’ 조건을 달아, 이용자가 요금을 할인받을 기회는 대부분 한번에 그쳤다. 결국 지난 10여년 동안 통신요금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할인’이란 겉포장만 바꿔온 셈이다. 인하와 달리 할인은 요금제를 바꿀 때마다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