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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결국 ＇갈라파고스의 비극＇ 맞다
조회 : 666 추천 : 9
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블랙베리는 대단한 스마트폰이었다. 컴퓨터 자판을 연상시키는 ＇쿼티＇자판도 독특했고, 미 육군 등 군사ㆍ정보파트가 애용할 만큼 보안성도 뛰어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를 쓰자 ＇오바마폰＇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한때는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에 밀리고, 삼성전자에 치이면서 블랙베리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블랙베리는 12일(현지시간) 긴급이사회를 열어 회사 매각방침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매각이든 합작회사 설립이나 제휴든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블랙베리의 몰락을 ＇갈라파고스의 비극＇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처럼, 블랙베리는 글로벌 IT환경과 격리되고 단절된 채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실 블랙베리의 쿼티자판은 상당히 혁신적인 장치였다. 특히 이메일이나 문서작업에는 탁월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개방성이었다. 스마트폰의 최대 강점은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아 활용하고 즐기는 것인데, 블랙베리는 그게 불가능했다. 한동안 앱도 없고, 앱을 파는 장터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의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힘은 운영체계(OS)에서 나온다. 애플은 자체 OS(iOS)를 갖고 있었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빌려 썼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끝까지 자체 OS, 앱도 부족한 OS를 고집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체 OS가 없으면 안드로이드 등 좋은 OS를 가져다 쓰면 되는데 블랙베리는 그러지 않았다＂며 ＂자기 것만 고집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야말로 블랙베리의 가장 큰 몰락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구인력 축소도 블랙베리의 몰락을 재촉했다. 판매가 부진해지자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인력을 줄였는데, 그러다 보니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건 점점 더 불가능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각종 전자부품 등 하드웨어에서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고 애플은 막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춘 반면 블랙베리는 두 가지 모두 내세울 만한 요인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블랙베리는 위기 돌파를 위해 올해 초 신제품 ＇블랙베리Z10＇을 내놓고, 지난달 사명도 기존의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꾸었으나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블랙베리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7.2%에서 올 2분기 2.8%까지 곤두박질쳤다. 현재로선 스마트폰의 매력 자체가 떨어져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 레노버, ZTE 등 중국 기업들 정도가 눈독을 들일 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나다정부는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기업의 인수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한때는 글로벌 시장의 돌풍주역이었던 블랙베리는 매각조차 수월치 않은 비운을 맞고 있다. 블랙베리가 12일(현지시간) 전략적 대안으로 제휴·합작사 설립·매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잠재적 인수 및 제휴 업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베리가 전략적 대안을 찾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 대안을 JP모간체이스가 검토한다는 소식에 블랙베리의 주가는 이날 10.5% 급등했다. 지난해 부임한 토스텐 하인즈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매각 가능성을 늘 시사해 왔지만 이날 발표는 매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놨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레노보, MS, 삼성? 전면 매각은 ＇무리수＇ 의견 높아 전면적인 매각에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지만 잠재적 인수자로는 중국의 레노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 꼽힌다. 레노보는 블랙베리의 크고 안정적인 기업고객 기반과 보안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이득을 볼 수 있어 이전에도 블랙베리 인수에 관심을 보여 왔다. 블랙베리의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블랙베리 커브가 개발도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중국 업체인 레노버에 매력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캐나다와 미국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블랙베리의 외국기업들에 대한 매각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증권사 제프리스는 ＂레노보의 구매 의사가 가장 높지만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로 인해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노보와 함께 삼성전자를 아시아 스마트폰업체 중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라고 예상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기업 인수를 검토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하면 스마트폰 개발 경험과 보안 모바일 OS 부문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블랙베리를 인수하더라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현금을 대량 보유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인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으나 블랙베리는 1년 전부터 MS와 매각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선 양사의 결합은 상호간에 유리하다. 하지만 MS는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 제휴를 맺고 있다. 노키아가 MS의 OS에 기반 한 기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MS로선 자체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목적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블랙베리를 인수해 뚜렷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 후보가 없다는 점과 최근 블랙베리의 가입자 기반 및 내부 유보 현금의 감소로 인해 자산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자체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케빈 스태들러 스태들러 캐피탈 이사는 ＂현금 부족과 대규모의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는 블랙베리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을 감수할 재정적 지원자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레노보, HTC, MS 등 잠재적 인수자들이 블랙베리의 하드웨어 사업을 인수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트 제프리 노무라 애널리스트도 ＂회생이 어려워 보이는 블랙베리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베리는 지난해에도 6억4600만달러의 적자를 내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이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 매각·합작사 설립은 가능성 더 높아...특허권 매력적 이런 점에서 전면 매각보다는 부분 매각이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블랙베리는 다른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와 마찬가지로 여러 부문을 분리해 매각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특허 포트폴리오는 가치가 최고 20억 달러로 추산되며 보안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스태들러 캐피탈의 스태들러 이사는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블랙베리(인수 당시 RIM)는 2011년에 애플, MS, 에릭슨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캐나다 통신기업 노텔이 보유한 6000여개의 통신특허를 인수했다. 합작사 설립도 가능한 대안으로 꼽히며 잠재적인 합작 파트너로는 IBM, 아마존, HTC 등이 꼽힌다. IBM은 보안 인프라에서 블랙베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고 올 하반기 스마트폰 출시설이 돌고 있는 아마존은 블랙베리의 하드웨어가 탐이 날 수도 있다. 반면 컴퓨터업체인 델처럼 상장폐지해 회사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한 뒤 투자자의 간섭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금이 많은 사모펀드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난해 블랙베리를 눈여겨봤던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지금은 블랙베리에 흥미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년 전 쯤 실버레이크가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으론 진전되지 않았고 실버레이크는 그 사이 델 인수에 참여했다. 1999년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해 업계의 명실상부한 선두주자였던 블랙베리는 올초에 사명을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꾸고 새로운 OS인 블랙베리10과 함께 이 OS를 장착한 Z10, Q10, Q5 등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블랙베리는 보안 이메일과 다른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업 고객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으나 지난 몇 년 간 핼리버튼, 홈데포 등의 기업 고객을 잃어 왔다. 지난해엔 미국 교통안전청(TSA)도 애플에 빼앗기는 등 정부 고객마저 대거 잃었다. 블랙베리는 고객 기반이 줄고 점유율이 하락하며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전성기였던 2009년 9월 85.8달러였던 주가는 지난해 9월 6.3달러까지 떨어졌다. 12일 종가는 10.78달러였다. 〈기사: 머니투데이, 한국일보〉
작성자 : 김용*(pavor) 날짜 : 2013-08-14 오전 8:23:16

블랙베리 결국 ＇갈라파고스의 비극＇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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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9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블랙베리는 대단한 스마트폰이었다. 컴퓨터 자판을 연상시키는 ＇쿼티＇자판도 독특했고, 미 육군 등 군사ㆍ정보파트가 애용할 만큼 보안성도 뛰어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를 쓰자 ＇오바마폰＇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한때는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에 밀리고, 삼성전자에 치이면서 블랙베리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블랙베리는 12일(현지시간) 긴급이사회를 열어 회사 매각방침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매각이든 합작회사 설립이나 제휴든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블랙베리의 몰락을 ＇갈라파고스의 비극＇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처럼, 블랙베리는 글로벌 IT환경과 격리되고 단절된 채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다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실 블랙베리의 쿼티자판은 상당히 혁신적인 장치였다. 특히 이메일이나 문서작업에는 탁월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개방성이었다. 스마트폰의 최대 강점은 응용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아 활용하고 즐기는 것인데, 블랙베리는 그게 불가능했다. 한동안 앱도 없고, 앱을 파는 장터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베리는 스마트폰의 개념 자체를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힘은 운영체계(OS)에서 나온다. 애플은 자체 OS(iOS)를 갖고 있었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빌려 썼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끝까지 자체 OS, 앱도 부족한 OS를 고집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체 OS가 없으면 안드로이드 등 좋은 OS를 가져다 쓰면 되는데 블랙베리는 그러지 않았다＂며 ＂자기 것만 고집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야말로 블랙베리의 가장 큰 몰락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구인력 축소도 블랙베리의 몰락을 재촉했다. 판매가 부진해지자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인력을 줄였는데, 그러다 보니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건 점점 더 불가능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각종 전자부품 등 하드웨어에서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고 애플은 막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춘 반면 블랙베리는 두 가지 모두 내세울 만한 요인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블랙베리는 위기 돌파를 위해 올해 초 신제품 ＇블랙베리Z10＇을 내놓고, 지난달 사명도 기존의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꾸었으나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블랙베리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7.2%에서 올 2분기 2.8%까지 곤두박질쳤다.

현재로선 스마트폰의 매력 자체가 떨어져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 레노버, ZTE 등 중국 기업들 정도가 눈독을 들일 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나다정부는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기업의 인수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한때는 글로벌 시장의 돌풍주역이었던 블랙베리는 매각조차 수월치 않은 비운을 맞고 있다.

블랙베리가 12일(현지시간) 전략적 대안으로 제휴·합작사 설립·매각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잠재적 인수 및 제휴 업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베리가 전략적 대안을 찾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 대안을 JP모간체이스가 검토한다는 소식에 블랙베리의 주가는 이날 10.5% 급등했다.

지난해 부임한 토스텐 하인즈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매각 가능성을 늘 시사해 왔지만 이날 발표는 매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놨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레노보, MS, 삼성? 전면 매각은 ＇무리수＇ 의견 높아

전면적인 매각에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지만 잠재적 인수자로는 중국의 레노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 꼽힌다.

레노보는 블랙베리의 크고 안정적인 기업고객 기반과 보안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이득을 볼 수 있어 이전에도 블랙베리 인수에 관심을 보여 왔다.

블랙베리의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블랙베리 커브가 개발도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중국 업체인 레노버에 매력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캐나다와 미국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블랙베리의 외국기업들에 대한 매각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증권사 제프리스는 ＂레노보의 구매 의사가 가장 높지만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우려로 인해 인수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노보와 함께 삼성전자를 아시아 스마트폰업체 중에서 잠재적 인수 후보라고 예상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기업 인수를 검토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이 블랙베리를 인수하면 스마트폰 개발 경험과 보안 모바일 OS 부문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블랙베리를 인수하더라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현금을 대량 보유한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인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으나 블랙베리는 1년 전부터 MS와 매각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선 양사의 결합은 상호간에 유리하다.

하지만 MS는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와 제휴를 맺고 있다. 노키아가 MS의 OS에 기반 한 기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MS로선 자체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목적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블랙베리를 인수해 뚜렷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 후보가 없다는 점과 최근 블랙베리의 가입자 기반 및 내부 유보 현금의 감소로 인해 자산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자체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케빈 스태들러 스태들러 캐피탈 이사는 ＂현금 부족과 대규모의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는 블랙베리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을 감수할 재정적 지원자가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레노보, HTC, MS 등 잠재적 인수자들이 블랙베리의 하드웨어 사업을 인수하려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트 제프리 노무라 애널리스트도 ＂회생이 어려워 보이는 블랙베리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베리는 지난해에도 6억4600만달러의 적자를 내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이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 매각·합작사 설립은 가능성 더 높아...특허권 매력적

이런 점에서 전면 매각보다는 부분 매각이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블랙베리는 다른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와 마찬가지로 여러 부문을 분리해 매각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는 가치가 떨어지지만 특허 포트폴리오는 가치가 최고 20억 달러로 추산되며 보안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스태들러 캐피탈의 스태들러 이사는 삼성전자가 블랙베리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블랙베리(인수 당시 RIM)는 2011년에 애플, MS, 에릭슨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캐나다 통신기업 노텔이 보유한 6000여개의 통신특허를 인수했다.

합작사 설립도 가능한 대안으로 꼽히며 잠재적인 합작 파트너로는 IBM, 아마존, HTC 등이 꼽힌다. IBM은 보안 인프라에서 블랙베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고 올 하반기 스마트폰 출시설이 돌고 있는 아마존은 블랙베리의 하드웨어가 탐이 날 수도 있다.

반면 컴퓨터업체인 델처럼 상장폐지해 회사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한 뒤 투자자의 간섭 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금이 많은 사모펀드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난해 블랙베리를 눈여겨봤던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지금은 블랙베리에 흥미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년 전 쯤 실버레이크가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으론 진전되지 않았고 실버레이크는 그 사이 델 인수에 참여했다.

1999년 처음 스마트폰을 출시해 업계의 명실상부한 선두주자였던 블랙베리는 올초에 사명을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꾸고 새로운 OS인 블랙베리10과 함께 이 OS를 장착한 Z10, Q10, Q5 등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블랙베리는 보안 이메일과 다른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업 고객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으나 지난 몇 년 간 핼리버튼, 홈데포 등의 기업 고객을 잃어 왔다. 지난해엔 미국 교통안전청(TSA)도 애플에 빼앗기는 등 정부 고객마저 대거 잃었다.

블랙베리는 고객 기반이 줄고 점유율이 하락하며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전성기였던 2009년 9월 85.8달러였던 주가는 지난해 9월 6.3달러까지 떨어졌다. 12일 종가는 10.78달러였다.

〈기사: 머니투데이,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