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석제 〈단 한 번의 연애〉 - 사랑은 상대를 자유하게 해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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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작가 : 성석제 출판 : 휴먼앤북스 발매 : 2012.12.17 〈단 한 번의 연애〉 소설의 제목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진 않는다. 〈단 한 번의 연애〉 는 연애소설인지, 성장소설인지 시대소설인지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안에 주인공 ＇나＇ 세길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한 민현이라는 대상과의 만남과 인연을 중심으로 자신의 경험과 추억을 고백한다는 차원에서 연애소설에 가깝다면 가까울 것이다. 작가 성석제는 이 번이 처음이다. 책보다는 작가에 대한 추천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지만 작가에 대한 찬사 만큼 그리고 생각했던 것 만큼 나의 오감을 자극하진 못했다. 연애소설을 처음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써 내려간 흔적들이 보이고, 위트와 재치가 묻어 나는 문장들이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 작은 사건들이 모여져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포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주인공인 話者가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민현을 대상으로 한 숭고한(?) 사랑의 기록이다. 고래잡이 아버지와 일제시대 일본 주인집에서 식모노릇을 한 ＇나나＇출신 어머니를 둔 민현에게 있어 부모는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아버지는 술고래로 술먹고 어머니를 구타하고, 민현의 어머니는 결국 가출하게 된다. 무식쟁이, 술고래, 고래잡이 어부 아빠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민현에겐 고통 그 자체였다. 그리고 결국 민현도 집을 나오고 무당집 수양딸로 살게 된다. 그런 고달프고 상처 투성이 삶을 극복하고 싶어했는지 민현은 공부,언어,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역 최고의 수재다. 하지만 민현이 상대하는 대상은 폭력배에서 전도사에 이르기 까지 일관성이 없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총 천연색 인간들이다. 주인공 세길이의 가정환경은 조금 나은 편이다. 해녀 어머니에 무능한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두고 있다. 세길은 삶의 목적도 없어 보이고 그저 밋밋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보통인간＇ 이다. 이 보통인간이 8세때부터 민현을 마음에 두고 민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주인공의 노력은 서울에 있는 대학 입학을 기점으로 나름대로 성공하는 듯 하다. 전경으로 군입대한 주인공을 면회 온 민현의 모습이 나오고, 운동권 학생으로 변신한 민현이 위장취업하여 활동하는 내용, 경찰의 추적과 구속 등으로 이어지며 민현의 파란만장한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그 가운데 주인공의 개입은 당연히 존재한다. 피아니스트이자 영화배우인 오스카 레반트가 1972년 사망했다. 그는 ＂행복은 경험이 아니라 기억이다＂라는 말을 남겼다._103쪽 한 인간의 사랑을 표현해 내기까지 그 인간의 일생의 기록들이 펼쳐져 있다.그리고 그 일생의 기록은 굴곡된 현대사의 기록들과 파편적으로 퍼져 있는, 이미 기억에서 잊혀진 사건들이 소개되면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책의 내용과 별 상관도 없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하류인생〉,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그리고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가 오버랩된다. 아마 역사의 흐름과 소설의 서사가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체게바라의 처형, 시인 김수영의 죽음, 이소룡의 사망, 존레넌 저격 사건 등 현대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사망년도가 등장하면서 소설 속 인물들도 함께 성장해간다.주인공 세길이 자존심을 팽개쳐 가며 살아 있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하나의 대상(민현)만을 추구해 가는 과정은 참으로 갑갑하기 까지 하다. 사랑이라 해야 할까? 집착이라 해야 할까? 결말은 여운을 남긴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이 남긴 독특한 사랑관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질투가 없는 것이 사랑인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이 사랑한 대상을 거쳐 가도, 속으로 삭히면서 냉정하고 담담하게 넘기는 주인공의 태도가 민현으로 하여금 부담없이 세길을 다시 찾아가게 한다고 저자는 암시하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가끔씩 찾아오면 만나 주고,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롭게 떠나게 해주고 자신은 늘 한 자리에서 하나의 대상이외에 타인을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 시골동네 버스정류장 같은 그런 사랑. 주인공 세길은 바로 일생동안 단 한 번의 사랑만 허용하는 사랑의 방식을 보여 준다. 보통사람이 하는 그런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균형이라는 나의 상식을 벗어나게 한다. 균형추가 한 쪽으로 너무도 많이 기운 사랑은 불안하지 않을까? 시소의 균형이 깨지고 다시 새로운 균형이 성립되지 않으면 한 쪽은 불안하다. 그럼에도 주인공 세길 안에 불안은 없는 것 같다. 기대가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사랑 방식이다. ＂그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를 이용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사랑을 누리기 위해. 안다. 나는 그게 좋다. 나 또한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얻기 때문이다. 편안하다.이건 내가 원하고 원해 왔던 것이다. 언젠가 민현이 온전히 내게 돌아올 것임을 아는 한은. 생각해 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_297쪽 오스카 레반트의 ＇행복은 경험이 아니라 기억이다＇ 라는 말을 주인공은 뒤집었다. 나는 주인공이 뒤집은 행복정의를 다르게 다시 뒤집었다. 행복은 경험이고, 또한 기억이라고... ;) 〈단 한번의 연애〉 / 성석제 / P300 / ＇13. 1.26 - 출처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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