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칼의 노래〉 - 이순신 장군을 문학으로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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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칼의 노래 작가 :김훈 출판 : 문학동네 발매 : 2012.01.05 한산(閑山)섬 달 밝은 밤의 수루(戍樓)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歌 )는 남의 애를 끊나니… 어릴 적부터 외웠던 이순신 장군이 지은 익숙한 詩, 피리소리에도 창자를 끊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는 내용은 그의 나라를 향한 마음이 어떠했는지 마음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 시는 이 책 〈칼의 노래〉에서가 아니라 〈난중일기〉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순신 장군을 생각할 때 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이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했나? 임진왜란을 통해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또한 후손들에게도 기억되는 최고의 위인이 아닌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은 세계 4대 해전으로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세계사에도 큰 족적을 남긴 위인, 이 순신 장군 그를 〈칼의 노래〉를 통해 만났다.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쓴 대하소설 〈칼의 노래〉를 펼치면서 KBS 에서 몇 년 전에 방영했던 ‘불멸의 이순신’ 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순신으로 분한 카리즈마 넘치는 배우 김명민의 모습도, 화려한 전쟁장면도 찾아 보기 힘들다. 저자는 명량해전과 노량해전만을 다루고 있다. 화려한 작전을 통해 적을 섬멸하는 통쾌한 해전보다는,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백성과의 관계, 임금에 대한 이중적 고뇌, 부하 장수들에 대한 생각들을 주인공의 1인칭 관점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박진감 넘치는 전쟁 스토리와 반전 드라마라기 보다는 전쟁 가운데 이 순신 장군의 고뇌와 걱정, 심리적 변화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칼의 노래〉 에는 외세의 침략 중에 조선의 선조임금이 보여준 모습은 나약함과 찌질함이라고 해야 할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임금으로서의 책임감과, 환란 중에 왕의 권좌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나약하고 무능한 임금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보다 대중의 인기를 받는 영웅들을 두려움으로 견제하고, 완전히 없애자니 전쟁에서 패할 것 같고, 살려두자니 왕권이 위태롭다 판단한 임금의 선택은 살려두되,관직을 박탈하기도 하고, 가치가 없는 인간은 처형한다. 죄명은 늘 모반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임금은 강한 신하의 힘으로 다른 강한 신하들을 죽여왔다.”_51면 “임금은 장수의 용맹이 필요했고 장수의 용맹이 두려웠다. 사직의 제단은 날마다 피에 젖었다.” _66면 “나는 임금의 칼에 죽는 죽음의 무의미를 감당해낼 수 없었다.” _64면 책을 읽으면서 아들을 뒤주에 죽게 한 영조임금이 생각났고, 초라하고 나약한 소년 다윗을 질투한 이스라엘의 사울왕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에 대해 동일한 집착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책에는 수 많은 은유적 표현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내면은 은유와 비유로 뒤섞어져 표현되었다. 김훈작가는 특유의 문학적 표현과 언어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휘했다. 또한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언어표현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므로 내가 지는 어느 날, 내 몸이 적의 창검에 베어 지더라도 나의 죽음은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지는 풍경처럼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 _64면 칼이 한 번 멈칫거린 듯, 칼 지나간 자리가 씹혀 있었다. 잘려진 단면에서 힘살과 실핏줄이 난해한 무늬를 드러냈다. 붉은 살의 결들이 어디론지 흘러가고 있었다_149면 전쟁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느낌과 심적 변화에 대한 설명은 과연 압권이다. 혼란스런 주인공의 생각을 문학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러한 글쓰기는 김훈 작가가 가진 최대한 강점이 아닌가? “전쟁은 천천히 죽어가는 말기 암과 같았다. 적이 죽어가는 것이지 내가 죽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 개념화되는 어떤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 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칼의 노래〉가 전쟁소설인가? 적어도 전쟁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설은 전개되지만 책 속에는 전쟁보다는 인간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전쟁소설이 아닌 이 순신이라는 영웅의 삶과 죽음을 그린 소설이라 생각된다. 동인 문학상에 빛 나는 김훈 〈칼의 노래〉는 내 마음속에 뜨거운 울림을 주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이 맞이한 죽음 앞에서의 독백이 생생하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_342면 ;) 〈칼의 노래〉 / 김훈 / P398 / ＇12.8.11 - 출처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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