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웅현 〈책은 도끼다〉 - ＇인문학 들여다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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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박웅현 출판 : 북하우스 발매 : 2011.10.10 박웅현 〈책은 도끼다〉 박웅현이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다시 박웅현의 책을 집어 들었다. 지난 번 박웅현의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기》는 강창래가 박웅현을 인터뷰 하면서 엮어낸 책이기 때문에 순수한 박웅현의 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가슴에 와 닿아 다른 그의 책 《책은 도끼다.》를 읽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책이 왜 도끼인가? 상상을 하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책으로 나무를 팰 수는 없을 터… 아마도 생각을 쪼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거의 비슷하게 맞았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길 때 왜 제목을 이렇게 파격적으로 잡았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재인용. - 저자는 카프카의 말을 인용했다. 카프카가 나오니 벌써 무거운 느낌이 든다. 사실 카프카의 책은 매우 부담스럽다. 그의 책 만큼이나 그의 인생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여간 카프카가 이야기한 도끼는 박웅현이라는 광고인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도끼는 이 책을 읽은 나에게도 울림을 주었으니 대단한 ‘도끼’이다.^^ 카프카의 말 ‘바다를 깨뜨린다는 것’을 박웅현은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운다는 의미를 추가 부여했다. 어디 감수성 뿐이겠는가. 고정화된 생각의 틀과, 변할 것 같지 않은 사고 방식을 깨뜨려야 한다는 말 아닌가 《책은 도끼다.》는 박웅현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강의를 했던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저자가 읽었던 인문학 책 중에서 가장 울림이 있었던 책들을 선정해서 4개월 이상 강연회를 진행했고,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들을 잘 정리해놨다. 구어체로 되어있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는 36여권의 책을 소개하였다. 알만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훈, 알랭드 보통, 고은, 이철수, 최인훈, 니코스 카잔차키스, 릴케 등 국내외 유명한 문인들을 접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가진 책에 대한 느낌이 신선하기도 했지만 보통 사람 이라면 충분히 유사한 느낌과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은 자주성을 요구하는데, 자주적 보편성으로 이해해야 하나… 그런데 왜 나는 평소에 동일한 책을 보며 저런 느낌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개인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사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사색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지 못해서 일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많은 울림이 있었다. 이 철수,최인훈, 고은 시인의 글을 접하면서 함축되고 절제된 언어가 품어내는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도 이 철수님의 글에서 광고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바로 여백과 절제의 미, 풀무원 광고에 활용하여 대 히트를 쳤다고 한다. 또한 동일한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배웠다고 하는데…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을사과〉 논에서 잡초를 뽑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벼와 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잡’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이쁘기만 한데〉 위의 시들은 최인훈님의 시들이다. 〈이쁘기만 한데〉에서 잡초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잡초를 잡풀로 보지 않고 아름다운 풀로 새롭게 탄생시킨 시각의 전환, 벼의 입장이 아닌 잡초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 참 사람이 어떤 시선을 갖느냐에 따라 이렇게 새로운 해석을… 내공이 느껴진다. 이 철수의 시는 어떨까?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개소리〉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바다가 생각났다. 시냇물과 강물이 바다를 향하듯… 세상을 다 품을 수 있는 마음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는 김훈의 작품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훈의 글에 대해서는 ‘자연에 대한 인문학적 말 걸기’로 표현하였다. 김훈의 책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에서 나온 내용이다. “말을 걸 수 없는 자연을 향해 기어이 말을 걸어야 하는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의 노래로 나에게는 들린다.” 자연과 인문학의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글을 읽어가면서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인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생겨났다. 단순히 글을 화려하게 쓴다기 보다는 깊은 사색과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가 느껴지는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나보다는 상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나는 없고 상대방만 남는다.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만큼은 내가 아닌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저 사람이 좋아해줄까가 중요해 집니다. 관점이 모두 상대로 돌아서는 것이 사랑인 것입니다. (p105) 사랑은 공간의 공유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둘이서 마주한 다음 욕망으로 서로 붙어 지내고 거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 더 발전하고 찢어지기 시작하죠.(p107)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 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주목해 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 줬을 때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p115) 사랑은 나보다는 상대, 공간보다는 방향이라는 부분이 공감이 간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개념은 내가 알고 있는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사랑은 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적 자주성이 발휘가 안 된다. 결국 타자의 욕망에 충실하게 된다.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것이 사랑의 참 모습이라니… 그래서 결혼을 하면 맨 얼굴로 만나면서 후회가 시작되는가? 알랭 드 보통은 행복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한다 어려운 말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라고 하니. 이 부분은 조금 해석이 필요하고,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긍이 간다. 행복은 운명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어떤 조건이 만들어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결국 태도의 문제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족하지 않고 더 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면 그런 사람에게 있어서 재물은 축복이 아니라 독이 아닌가? 언젠가 SBS 쩐에 전쟁에서 나왔던 사채업자를 보면 사채업으로 벌어놓은 돈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의심하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 재물로 인해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행복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자세에 의해 결정된다는 알랭 드 보통의 말에 힘이 실린다. 저자는 고은의 시도 소개했다. 고은은 잘 알다시피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그가 지은 시집을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절제의 미가 두드러지고 다양한 함의를 가지는 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노늘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서 넓은 물을 돌아다 보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목적을 향해 뭔가를 할 때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을 지적한 시 인 것 같다. 시가 가지는 힘이 이리도 클까? 평소 시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고은 시인의 다른 시에도 관심이 가진다. 그의 시를 통해 내면의 울림을 경험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톨스토이의 〈안나 카네리나〉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고전명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조르바를 통해서는 실존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조르바는 순간을 사랑한다. 어제 일도 내일 일도 그에게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현재를 즐겨라’ 라고 하는 카르페디엠을 생각나게 한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그런 인생… 부딪혀 보면 해결 될 것이라는 도전정신이 조르바에서 풍겨져 나온다. 톨스토이나 밀란 쿤테라의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인생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비슷한 인생은 존재할 지 모르지만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반응하는 방식, 감정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인생은 유사해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수긍이 간다. 인생의 복제품은 없기 때문이다. 작가 개개인 별로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는 확연히 다르다. 시선도 차이가 있다. 다만, 각각의 작품들로부터 동일하게 어떤 울림을 경험하고, 인생을 배우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많은 지혜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인문학 서적을 즐겨 찾지 않다가, 최근 접하게 되면서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회사생활 하면서 경영에도 인문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인문학 인문학 하는 구나 라고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광고를 만드는 힘이 인문정신에서 나온다는 박웅현의 말은 유의미하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혁파적인 생각, 엉뚱한 상상이 광고에 필요할 것 같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인문정신 즉 기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책을 통해 배울게 너무도 많다. 물론 타인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배움을 얻는 것이지만, 배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전을 지은 저자들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내 감성을 깨우는 ＇책은 도끼다.＇를 고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12.6.17 - 출처 : by East-hi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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