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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 노예, 고통, 인간의 사랑
조회 : 1218 추천 : 39
fjrigjwwe9r1UNIMO_MULTIBOARD:Brd_Contents 작가 : 토니 모리슨 출판 : 들녘 발매 : 2003.01.02 빌러비드 인간이란 무엇인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토니 모리슨이 지은 新고전 ＇빌러비드(Bloved)＇를 읽고서 그 물음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이다. 인간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은 인간과 사회에 의해 파괴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토니모리슨은 흑인 여성 작가이다. 1993년에 ＇재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 작품 ＇빌러비드(Bloved)＇ 로 퓰리처상을 받은 실력있는 작가다. 노벨상 수상경력이라는 화려한 아우라를 배제하고서라도 그녀의 소설은 깊이가 있고, 삶과 인간에 대한 끊임없이 문제를 던진다. ＇빌러비드(Bloved)＇는 1851년 신시네트에서 마가렛 가너라는 흑인 여성 노예가 자기 자식을 죽인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물론 그 사건조차도 기사의 대상이 흑인이였기 때문에 신문 한 켠에 작게 기사화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흑인 차별의 문제, 노예제도의 문제, 여성의 문제 등 미국사회가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상처들이 다 녹아져 있다.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몸에 붙어 있는 털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충격를 받았다. 그 만큼 소설의 내용이나 메시지가 강렬했다. 소설의 구성은 현재와 미래가 복잡하게 어우러져 시간의 순서를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은유와 비유가 많이 등장하여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성 흑인노예인 주인공 시이드는 오랜세월 동안의 노예생활에 지쳐 노예주으로부터 탈출하지만 결국 노예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탈출에 실패하면서 시이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자신의 딸을 목을 베어 살해한다. 또한 자신의 나머지 자식들도 살해하려다 잡혀 결국 옥살이를 한다. 그 후 수감생활을 마치고 둘째딸 덴버와 같이 살지만, 어느 날 유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여자가 찾아와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녀는 17년전에 죽은 딸 빌러비드이다. 죽은 딸이 다시 찾아왔다고 믿은 시이드는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인해 빌러비드를 정성껏 대하지만 세 모녀가 함께 생활하면서 시이드와 덴버는 폐인이 되어간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들은 회복 하게 되고 죽었다 돌아온 유령 빌러비드는 사라진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메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주인공 시이드는 자신의 배속에서 낳은 딸 ＇빌러비드＇를 죽여야만 했는가? 왜곡된 사랑의 방식이다. 자신의 딸이 다시 노예로 돌아가 불구덩이 속보다 더한 고통의 미로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걱정에 딸의 목숨을 끊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낳았고 어떤 훌륭한 명분이 있다 해도 자식을 죽이는 것이 맞는 방법인가라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명권이 어떻게 인간에게 있을까? 결국 타인(빌러비드)의 삶의 기회를 무참히 박탈한 결과로 다시 돌아온 빌러비드에 의해 시이드의 자아는 무참히 잠식 당하고 만다. 두 번째 질문은 우월한 인간의 존재와 우월함으로 타자를 학대해도 된다는 논리가 가능한가 이다. 백인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도록 아무도 권한을 부여한적이 없다. 제국주의의 산물이고 아픈 역사의 결과물일 뿐이다. 백인이 설사 우월하다 할지라도 존엄성을 가진 인간을 그리도 혹독하고 잔인하게 대해야 하는가? 시이드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줄 모유를 타자에게 주어야 하는 현실, 하나의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남성의 성욕구의 배설기로 인식되는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저주 했을까? 노예제도는 인간의 사랑을 철저히 왜곡시켰다. 자녀를 사랑하는 인간본성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이드는 석공에게 몸을 팔아 죽은 아이의 묘비에 ‘사랑했던 내 아기(Beloved)’를 새겨 넣었다. 한없이(Dearly)라는 글자를 더 새겨 넣지 못해서 못내 아쉬워할 정도로 어미의 사랑은 늘 변함이 없다. 자식을 죽여서 자신의 사랑을 잘못된 형태로 발현시키는 것은 노예 제도가 가지는 치명적 야만성을 잘 드러낸다. 지금 미국에 노예는 없다. 겉으로 인종차별도 없는 듯 하다. 선진 민주국가에서 인간평등을 부정하는 인종차별은 당연히 없어야 하겠지. 하지만 백인의 생각속에 숨어있는 백인 우월주의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이드가 나와야 할까? 차별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차별을 넘어 함께할 수 있는 사회, 자연스런 인간본성인 사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출되고,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배려와 감사가 있는 정상적인 사회를 꿈꿔본다. 토니모리슨 / p463 / ＇12.6.4 - 출처: by East-hill
작성자 : 유니모 날짜 : 2012-08-02 오후 1:43:32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 노예, 고통, 인간의 사랑

조회 :: 1218
추천 :: 39

작가 : 토니 모리슨
출판 : 들녘
발매 : 2003.01.02
빌러비드

인간이란 무엇인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토니 모리슨이 지은 新고전 ＇빌러비드(Bloved)＇를 읽고서 그 물음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이다. 인간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하고, 사랑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은 인간과 사회에 의해 파괴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토니모리슨은 흑인 여성 작가이다. 1993년에 ＇재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 작품 ＇빌러비드(Bloved)＇ 로 퓰리처상을 받은 실력있는 작가다. 노벨상 수상경력이라는 화려한 아우라를 배제하고서라도 그녀의 소설은 깊이가 있고, 삶과 인간에 대한 끊임없이 문제를 던진다. ＇빌러비드(Bloved)＇는 1851년 신시네트에서 마가렛 가너라는 흑인 여성 노예가 자기 자식을 죽인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물론 그 사건조차도 기사의 대상이 흑인이였기 때문에 신문 한 켠에 작게 기사화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흑인 차별의 문제, 노예제도의 문제, 여성의 문제 등 미국사회가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상처들이 다 녹아져 있다.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몸에 붙어 있는 털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충격를 받았다. 그 만큼 소설의 내용이나 메시지가 강렬했다.

소설의 구성은 현재와 미래가 복잡하게 어우러져 시간의 순서를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은유와 비유가 많이 등장하여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성 흑인노예인 주인공 시이드는 오랜세월 동안의 노예생활에 지쳐 노예주으로부터 탈출하지만 결국 노예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탈출에 실패하면서 시이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자신의 딸을 목을 베어 살해한다. 또한 자신의 나머지 자식들도 살해하려다 잡혀 결국 옥살이를 한다. 그 후 수감생활을 마치고 둘째딸 덴버와 같이 살지만, 어느 날 유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여자가 찾아와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녀는 17년전에 죽은 딸 빌러비드이다. 죽은 딸이 다시 찾아왔다고 믿은 시이드는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인해 빌러비드를 정성껏 대하지만 세 모녀가 함께 생활하면서 시이드와 덴버는 폐인이 되어간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들은 회복 하게 되고 죽었다 돌아온 유령 빌러비드는 사라진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메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주인공 시이드는 자신의 배속에서 낳은 딸 ＇빌러비드＇를 죽여야만 했는가? 왜곡된 사랑의 방식이다. 자신의 딸이 다시 노예로 돌아가 불구덩이 속보다 더한 고통의 미로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걱정에 딸의 목숨을 끊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낳았고 어떤 훌륭한 명분이 있다 해도 자식을 죽이는 것이 맞는 방법인가라는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명권이 어떻게 인간에게 있을까? 결국 타인(빌러비드)의 삶의 기회를 무참히
박탈한 결과로 다시 돌아온 빌러비드에 의해 시이드의 자아는 무참히 잠식 당하고 만다.

두 번째 질문은 우월한 인간의 존재와 우월함으로 타자를 학대해도 된다는 논리가 가능한가 이다. 백인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도록 아무도 권한을 부여한적이 없다. 제국주의의 산물이고 아픈 역사의 결과물일 뿐이다. 백인이 설사 우월하다 할지라도 존엄성을 가진 인간을 그리도 혹독하고 잔인하게 대해야 하는가? 시이드는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줄 모유를 타자에게 주어야 하는 현실, 하나의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남성의 성욕구의 배설기로 인식되는 스스로의 삶을 얼마나 저주 했을까?

노예제도는 인간의 사랑을 철저히 왜곡시켰다. 자녀를 사랑하는 인간본성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이드는 석공에게 몸을 팔아 죽은 아이의 묘비에 ‘사랑했던 내 아기(Beloved)’를 새겨 넣었다. 한없이(Dearly)라는 글자를 더 새겨 넣지 못해서 못내 아쉬워할 정도로 어미의 사랑은 늘 변함이 없다. 자식을 죽여서 자신의 사랑을 잘못된 형태로 발현시키는 것은 노예 제도가 가지는 치명적 야만성을 잘 드러낸다. 지금 미국에 노예는 없다. 겉으로 인종차별도 없는 듯 하다. 선진 민주국가에서 인간평등을 부정하는 인종차별은 당연히 없어야 하겠지. 하지만 백인의 생각속에 숨어있는 백인 우월주의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이드가 나와야 할까? 차별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차별을 넘어 함께할 수 있는 사회, 자연스런 인간본성인 사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출되고,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배려와 감사가 있는 정상적인 사회를 꿈꿔본다.

토니모리슨 / p463 / ＇12.6.4 - 출처: by East-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