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의 즐거움] - 시를 통해 나와 세상을 바라본다(시와 에세이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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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가끔 시를 읽으면 내 마음에 마치 아름다움과 성숙함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시를 통해 사랑을 느끼고 시를 통해 나자신을 돌아보고, 시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압축된 언어를 통해 다른 삶을 볼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무엇보다 시는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회사 책장에서 눈에 띄는 이 책 〈시 읽기의 즐거움〉 참 즐겁고 편안하게 읽었다. ＇시와 에세이의 만남＇ 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하다. 저자는 50편의 시를 소개하고 각 시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단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시를 분석했다기 보다는 시 자체를 음미하고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느낌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저자는 총 50편의 시를 타인, 자신,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구분지었다. ＇사랑 아프지만 계속 아프고 싶은 병＇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색깔의 사랑을 한다. 많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사랑이 있음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나 이외에 모두가 타인이며 타인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된다. 처음에 부모를 사랑한다. 시간이 흐른후 여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시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 살아가면서 사랑의 모양과 색깔만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원시_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오세영님의 시다. 이별이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것이라 한다. 멀어진다는 것은 여전히 그 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느낀다. 저자는 고등학교 은사님을 통해 나이듦에 따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는 지를 배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눈이 현미경에서 망원경으로 바뀐다고 한다. 젊은 날에는 모든 사물을 속속들이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지금은 떨어져서 보게되고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것들은 다 예뻐 보인다고... 너무도 편하고 좋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미움으로 차단하기 보다는 다소 먼 데서 바라보고 그냥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자기 자신을 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 ? 내 자신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일... 때론 나를 모르는 것이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면속에 내가 알지못했던 나의 추악함이 거울처럼 드러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찾아 떠다는 여행은 고통스러워도 필요한 여행이다. 페르소나가 아닌 민낯을 드러내는 일 말이다. 내가 알 수없는 나를 타인은 보고 있고, 내가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아픔도 타인에게 들킬 수 있다. 질투는 나의 힘_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P155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약점가지고 놀려 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하면 돼, 니가 속에다 그걸 숨겨 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가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말해버려. 나중에 나이 먹으면 쪽팔려한 게 더 쪽팔려져. _김려령의 완득이 중 자 자신을 발견하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나이 가장 아픈 부분을 까발리는 용기... 김려령의 완득이에 나오는 대사 처럼 나중에 나이먹으면 더 쪽팔리지 않기 위해 나를 발견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 까? 먹고 산다는 것의 엄숙함 나에게 먹고 산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지 몰라도, 어떤 타인들은 먹고 사는 것이 격한 투쟁이다. 그래 맞다. 먹고 산다는 것은 너무도 엄숙한 일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가젤과 사자의 이야기를 ＇마시멜로 이야기＇를 통해 본적이 있다. 사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달리고, 가젤도 달린다. 공통점은 달린다는 것과 살기 위해 서라는 것이다. 다른 점은 사자는 먹기 위해서, 가젤은 먹히지 않기 위해서... 사자는 사냥에 실패하면 굶어 죽는다. 사자에게 쫓기는 가젤을 불쌍히 여겼지만 가젤을 잡지 못해 죽은 사자가 결국 불쌍한 주체로 바뀐다.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에게 아프리카의 아침처럼 치열하고 엄숙하다. 거미_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 잠자리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 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방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 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끊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 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타다거림 뜸해지고 그 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연봉 1,380만원을 받는 1년 계약직 노동자 이면우님이 시이다. 그에게 있어 먹고산다는 것은 엄청나게 엄숙하고 치열한 일일 것이다. 밤새 그물짜기를 하는 거미처럼... 〈시 읽기 즐거움〉은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함축된 언어에 숨겨져 있는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마지막 에필로그중에 있는 말이다. 시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피상적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워지려는 마음＇ 자체에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선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 읽기 좋은날 / 김경민 / p315 / ＇12.3.31 by Easthill - 블로그(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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