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원 〈보통의 존재〉 - 깊은 사유로 직조된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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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의 저자 이석원. 그를 잘 알지 못했다.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책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읽은 그의 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는 솔직하다. 거침이 없고 대담하다. 세상을 향한 냉소가 그의 글에 묻어 있지만 저자의 진솔한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가 나름의 울림을 준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약점과 상처들을 여과 없이 지면에 공개했다. 자신에 대해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그는 직업 가수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다. 앨범도 냈고, 몇 권의 책도 저술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은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한다는데 이 석원 작가는 자신이 직접 쓴 듯하다. 필력이 좋다. 책에서 그의 필력의 원천이 독서였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 독서로 축적된 지식과 통찰이 좋은 책으로 이어졌을게다. 정신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없다. 완벽을 기준으로 본다면 모든 인간은 환자다.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온전한 인간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외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건강하다. 작가는 자신이 경계성 인격장애와 우울증 등 여러 정신과적 질환을 앓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중 4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3명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자신과 더불어 가족의 이혼 경력도 소개했다. 저자는 자기 고백을 통해 내면의 아픔과 상처들을 치유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결혼의 무용함을 역설했다. 사랑과 결혼은 동의어가 아니며 결혼은 생물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한 사람하고만 평생 잘 수 있을까. 어떻게 한 사람하고만 평생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한 사람하고만 평생 좋아할 수 있을까. _236쪽 그의 주장에 일부만 동의한다. 사랑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식는 사랑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식지 않는 사랑으로 함께 하는 부부도 있다. 가족, 꿈, 결혼 사랑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풀어낸 이석원 작가의 고백은 참신하고 독특하지만 다소 어둡다. 짚은 회색빛을 띤 냉소적 언어가 문장에 녹아 있다.하지만 냉소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내가 그토록 달아나고 싶고, 회의하던 것들로부터 나와 내 삶이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인 순간, 나의 모든 아쉬움은 그제야 비로소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바로 잘 나지 않은 내 가족과 친구들, 무엇보다 늘 부끄럽게 여기던 나 자신까지 바로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것들이 내게 건넨 힘과 그들과 함께했던 세월 덕택이었습니다._97쪽 처절하게 살아온 그의 굴곡진 삶의 궤적이 그의 생각을 직조했으리라…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결국 자신과 주변의 관계성에 천착할 수 있었던 것은 깊은 사유의 결과물일 거다. 유사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모두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하진 않는다. 다행히도 저자는 자기의 상처를 용기 있게 드러내 고립된 자신을 세상 속으로 밀어 넣었다. 타자와 연대하고 공명하되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변주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고 칭하지만 그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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