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신화를 이룩한 일등 공신이며, 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저자는 경영현장에서 직접 회사를 운영했다. 하여 학계의 구루들과는 다른 자신이 직접 경험한 현장감 가득한 경영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초 경쟁 환경에서 경쟁사와 모든 면에서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분야별 전략을 기술했는데, 주로 리더의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이라고 했다. 네 개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어야 좋은 리더라고 강조했다. 조직에서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실무 지식보다는 부하 육성과 전략 방향 제시 의사 결정 등 다른 역량이 더 중요시된다. 조직에서 평사원 때까지 잘 나가던 직원이 간부가 되면서 맥을 못추는 경우를 많이 봤다. 포지션에 따라 다른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일을 단순히 실무 업무 처리로 착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기실 저자가 지적한 리더의 네 가지 자질을 다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소개한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리더의 4가지 유형을 다시 보니 흥미롭니다. 똑게(똑똑하고 게으른)와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멍게(멍청하고 게으른)와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로 구분한 그는 대기업에는 똑게가 중소기업에는 똑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기업에서 똑똑한 리더가 대리처럼 일하면 되겠는가? 가장 안 좋은 리더는 역시 멍부다. 멍청하면 오히려 게으른 게 낫다. 멍청한데 부지런하면 얼마나 멍청한 짓을 자주 많이 하겠는가? 하여간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가 말하는 조직운영 원칙을 살펴보면 새겨들을 원칙들이 많다.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부터 그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물 위주로 조직도를 짜는 경우 R&R의 문제나 옥상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부서 간 소통 부재를 타파하기 위한 파격적인 부서장 보직 순환의 원칙도 유의미하다. 부서 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상호 내부 경쟁관계에 있는 부서장이 상대 부서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부서로 언제든지 발령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해결의 대원칙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상에 집중하지 말고 근본 원인(Root cause)를 찾아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권한다. Shift front 또는 Shift left라고도 하는데, 최초로 돌아와서 진단하고 해결하라는 의미다. 성과 보상의 원칙은 무릎을 치게 한다. 저자가 4P 시스템이라 명명했는데 Pay by Performance, Promotion by Potential이다. 매출 증대와 같은 성과에 대해서는 물질적 보상을 하되 승격과 연동시키지 말고, 승격은 잠재적 성장능력이 있는 직원을 중심으로 하라는 말이다. 단기 성과를 승격과 연동시킬 경우 인사 적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성과를 냈으면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저자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개선이 아닌 완전히 판을 뒤집고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도 상황에 맞게 변신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할 수도 없다”라고 고백한 저자는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이라고 말했다.
사실 수없이 많이 들어 본 말이지만 혁신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수사로 들릴 수 있지만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없이는 언젠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경영 현실이다. 전통적 강자였던 많은 기업들이 순식간에 IT기업에 자리를 내준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변신(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폴 발레리가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책 속으로>
직위가 높아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지혜입니다. 지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지혜는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리더란 지혜로운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_84쪽
현재의 안전을 계속 도모하면서 미래의 성장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의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미래에도 전망이 밝은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런 어중간한 태도는 현명한 경영적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런 비즈니스는 없기 때문입니다. 102쪽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합니다. _212쪽
"이봐, 박 사장 공동묘지에 한번 가봐. 그냥 사망으로 되어 있지 총에 맞아 죽었는지, 칼에 찔려 죽었는지, 아니면 굶어서 죽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잖아. 죽는 것은 그냥 죽는 거야. 적자는 100억이 나든 200억이 나든 다 똑같으니, 소신 있게 끌고 가. _230쪽
경영 현장은 늘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1=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고, 다시 1이 될 수도 있습니다. _245
실패의 경험을 값진 인생의 교훈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종류입니다. 모든 실패가 우리에게 면역력과 저항을 길러주지는 않습니다. _30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