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하라리가 <사피엔스>를 통해 과거 인류가 걸어온 길을 조망했다면, 이 책 <호모 데우스>에서는 미래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철저한 진화론자로서 역사의 발전단계를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미래 인간의 세계는 데이터의 세계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중세 시대에 지식은 성경과 논리의 곱이었고 과학혁명을 통해 지식은 경험적 데이터와 수학의 곱으로, 인본주의 세계에서는 지식은 곧 경험과 감수성의 곱으로 또 한 번 변신을 했다고 설명한다.
"인본주의는 삶을 경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무지에서 계몽으로 가는 점진적인 내적 변화 과정으로 본다. 인본주의 적 삶의 최종 목표는 광범위한 지적, 정서적, 육체적 경험을 통해 지식을 온전히 발전시키는 것이다. " 331쪽
이제 인본주의는 종교의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퀴어 축제를 바라보는 보수 기독교인들은 동성애가 창조 원리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동성애 축제를 통해 기분이 나빠진다고 주장한다. 종교적 신념을 주장하기보다는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동성애를 비판한다. 저자는 이를 종교가 인본주의에 굴복했다고 표현한다. 그럼 인본주의가 추구하는 인간의 지적 정서적 육체적 경험의 산물인 지식이 미래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를 운영하고 세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인본주의를 위협할까? 누가 인류를 계승할까? 그리고 어떤 새로운 종교가 인본주의를 대체할까?"
385쪽
저자는 미래 세계에 인본주의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성과 감성에 기반을 두는데 생명과학 자체가 인간의 자유의지가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인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의지 존재를 부정한다. 저자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부존재를 역사적 사실과 이론, 그리고 실험 결과물 등을 통해 뒤 받침 한다. 진화론의 자연선택 설은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다면 어떻게 자연선택이 인간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말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유의지에서 발현된 것이 아닌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만들어낸 느낌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실험실에서 동물들의 행동을 조작하듯이 인간의 행동도 뇌에 전기 자극과 같은 외부적인 자극을 통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는 실험을 통해 자유의지를 부정한다. 결국 의식과 지능이 단일화되어 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은 의식과 별개로 더 나은 알고리즘 체계에 의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통해 인간 운전사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고, 음악교수 데이비드 코프는 컴퓨터를 통해 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여, 세상의 작곡가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의학계에서는 IBM의 왓슨이 인간 의사보다 더 나은 진단을 내리고 있는 사례를 들며 이제 인간의 기능은 완벽한 알고리즘 체계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알고리즘들은 자유롭지 않다. 이 알고리즘들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유의지가 아니라 결정론적으로 또는 무작위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450쪽
이제 저자는 새로운 종교인 ‘데이터교’ 출현을 예측한다. 데이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의 도래를 환영해야 할까? 돈 많은 인간들은 인간 기능 제고를 위해 경쟁할 것이다. 누가 더 기능상의 경쟁력을 가질지는 결국 자본에 의해 결정된다. 안젤리나졸리가 유방암 수술을 사전에 받은 것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빈부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고, 인간은 기능상의 경쟁력으로 평가 받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미래는 우울하기 그지없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만 있을 법했던 세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우울함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신흥종교인 ‘데이터교’를 숭배하고 싶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