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 병으로 죽음을 앞둔 교수와 제자의 14번의 개인적 만남을 그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가 돋보이는 秀作이다.
이 책은 제자인 미치 앨봄이 모리 교수와 실제 있었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의 사회 학과 교수인 모리 슈워츠는 루게릭병을 앓게 되면서 ABC TV 유명 토크쇼 나이트라인에 출현한다. 16년 전 모리 교수의 제자였던 미치 엘붐은 우연히 토크쇼에서 불치병을 앓고 있는 모리 교수를 알아보고 그를 찾아간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미치 엘붐은 여느 사람들처럼 성공에 삶의 가치를 두고 세속적 성공만을 추구하며 살아왔지만 죽음을 앞둔 노은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게 된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노 교수가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삶을 긍정하고, 현실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인생을 바라보는 모리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루게릭병은 정확히 말하면 '근육위축가쪽 증후군'으로 1900년 초 베이브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4번 타자 루게릭이 앓게 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통산 타율 3할 4푼, 493개의 홈런 및 2,130경기에 연속으로 출장한 대기록의 소유자로 35살의 나이로 이 병을 앓으면서 은퇴한다.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에 문제가 되어 생기는 병으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며,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죽음을 직면한 모리 교수는 슬프지만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죽어 가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불행하지 않다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의 삶을 긍정했다.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함과 시한부 인생이라는 제한된 삶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느끼는 불안이라는 불청객을 쫓아냈다.
모리 교수의 긍정 에너지의 원천은 사람이었다.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그런 다음 좋은 것들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자신을 만나러 올 사람들과 그들과의 대화를 기대한 면서 말이다. 또한 모리는 힘든 어린 시절 새엄마로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에 대해 술회하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좋은 스승이 곁에 있는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에 대해 모리 교수는 문제를 제기한다.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믿질 않는 태도 때문에 삶이 어렵고 불행해질 수 있다고..., 자신이 죽을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준비를 해 둘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들 잠든 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지.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반쯤은 졸면서 살고 있거든."
"그럼 죽음에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하나요?"
"그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벗겨 내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일들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게 될 거야." - 130쪽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도 모리 교수의 접근 방법은 타인과는 다르다. 외로운 감정이든 슬픈 감정이든 억지로 참아내려 하거나, 관계의 손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감정선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충분히 느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그래야 없어진다고...심리학자 퀴블러 로스의 조언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들을 감추기만 해서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극복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부딪치고 마주해야 함을 조언하지 않았던가.
모리 교수의 조언은 죽음과 관련된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나이 듦, 돈, 사랑, 결혼, 용서 등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 중심에는 받아들임, 곧 자족이라는 마음의 자세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노력해도 젊어지지 않으며, 돈으로 죽음을 막을 수도 죽음에 필요한 감정을 얻을 수 없으며, 사랑 없는 결혼이 만들어 내는 비극을 이야기한다. 타인을 용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조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일에 대한 용서도 있지만 그보다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용서는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도전을 던진다.
모리 교수는 미치 엘붐과의 14번의 만남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그 만남의 기록들은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모리와의 만남은 저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지에 대해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그래서 저자는 세속적 성공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겠다며 자선단체에 소속되어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유시민 작가는 그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모리 교수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형집행일과 집행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살아있는 인간은 모두 사형수라고 할 수 있다고, 삶은 곧 죽음이라고 했다. 그렇다. 결국 썩어 없어질 몸, 때와 장소만 다를 뿐 우린 늘 죽음과 함께 있다. 그것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들의 파편 그리고 살아가는 방편 모두 그것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과 다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모리 교수가 이야기한 죽음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갈 것이라는 말은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책 속으로>
"우린 물질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도 거기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있어, 사랑하는 관계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와 같은 것들을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_ 132쪽
"물질적인 부가 결코 행복이나 만족감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_164쪽
"타인에게 뭔가 늘 주는 것이야말로 내게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든" _ 185쪽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우리 자신도 용서해야 해"_ 231쪽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_240쪽
"인간관계에는 일정한 공식이 없어. 양쪽 모두가 공간을 넉넉히 가지면서 넘치는 사랑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게 바로 인간관계라네. 두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각자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말이야." _ 2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