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일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탐험에 참여하여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지 규명하려 했다. 19세기 중반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는 <종의 기원>을 출간하며 2000년 동안 지배해온 기독교적 세계관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학교 교과서에 인간의 기원을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대체했지만 여전히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며, 양쪽 진영의 과학자들은 두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결론은 나지 않을 것이다. 두 가설은 이론이 아닌 가설에 머물러 있으며 증명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가 전작인 <신의 위대한 질문>에 이어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출간했다. 전작이 성경을 신앙이 아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해석을 했다면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의 기원과 조건을 과학계의 이론과 자료를 기반으로 풀어낸다. 불의 발견에서 도구의 사용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밝혀낸 고고학 자료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만물의 영장으로 존재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유인원의 뇌의 크기가 커짐으로 지능이 향상되면서 유인원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호모 하빌리스에서 불을 발견한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현재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더 경쟁력 있는 적자에 의해 대체되며 진화되어왔다고 저자는 전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활용하여 익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의 퇴화로 이어진다. 강력한 소화 기능이 필요했던 장기조직은 불에익힌 고기를 섭취함으로 장기조직은 점점 퇴화되어 적정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사냥을 위해 다른 생명체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뛰어야 했기 때문에 열을 식히기 위해 몸에 나있는 털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결국 다윈이 지적했던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이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호모'로 명명된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의 차이를 설명하며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조건을 제시한다. 요리하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요리하는 인간은 존재한다. 이를 호모 코쿠엔스라 부른다. 배려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베네볼루스, 공감하는 인간의 호모 심파티쿠스,죽은 자를 매장하고, 의식을 행하는 호모 리투알리스, 사물을 조각하는 호모 스칼펜스와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호모 핑겐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동물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행함으로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배교수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성이 인류의 위대함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공동체를 구축하고 서로 연대하되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기적 전략이 아닌 자신과의 대결에서 만들어 진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위대한 혁신의 원동력은 예술과 종교, 이성과 관찰, 성찰과 배려를 넘어 이타심에서 비롯됨을 역설한다. 저자는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류의 기원과 특성을 설명하면서도 도킨슨이 주장하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인간 진화의 핵심은 이기적 유전자에 있으며 이러한 이기적 유전자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과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도 결국은 자신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는 호혜적 이타 주의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의 위대성은 바로 이타심 그 자체임을 재차 강조한다.
인류의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많은 과학자들과 학자들이 발견한 유물들은 진정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충분한가? 탄소 동위원소 측정을 통한 나이 추정은 정확한 것인가? 정말 인간은 진화론자의 주장대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발전하여 유인원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 과거를 추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증명할 수 있는 유물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 해석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한 노력들은 유의미하다. 그런 측면에서 배철현 교수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통해 밝힌 인간 생존의 비밀이 이타적 유전자에 있다는 주장 또한 독자들에게 생각의 공간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