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감독의 〈간기남〉 -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맛의 조화가 거시기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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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남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간기남>. 제목부터 조금 구리다. 간통을 기다린다니... 주인공 박희순이 바로 간기남이다. 그는 간통을 기다린다. 배우자의 간통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투잡족이기 때문에 간통은 그에게 돈이다. 그런데 그의 다른 직업은 경찰이며 아이러니하게도 간통혐의로 정직중인 상태이다.
영화는 강선우 형사가 복직 직전 김수진이라는 여인이 남편의 간통을 조사해 달라며 강선우(박희순)을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의뢰인의 남편과 불륜녀의 간통현장을 잡기 위해 강선우는 김수진과 함께 문제의 모텔에 투숙하여 옆방을 살핀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강선우는 김수진이 준 드링크제를 마시고 잠이든 뒤에 한참이 지난 후 벗은 몸으로 일어난다. 옆에는 김수진이 죽어있었고, 옆방에 가보니 불륜 남편도 칼로 난자 당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 죽은 김수진의 남편 옆에서 불륜 상대녀가 벌벌 떨고 있는데, 그녀는 불륜녀가 아닌 진짜 아내였던것. 알고보니 간통 의뢰인이자 강선우 옆에서 죽은 김수진은 불륜남편의 아내와 이름이 같은 내연녀였고, 죽은 남편옆에 있는 김수진(박시연)은 실제 부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강선우는 자신도 모르는 어떤 함정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강선우는 김수진과 함께 살해현장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네러티브를 사용했다. 그리고 스릴러물이 관객에게 던지는 궁금증 즉 ‘누가 범인일까’ 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관객 머리속에 주입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가니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스릴러 물이 가지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 녹아 들어 있지 않다. 게다가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있지만 약간 어정쩡하다. 어정쩡하긴 해도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확실히 해두자고 한다면 스릴러 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 듯하다. 영화소개 웹사이트에서는 장르를 코미디 스릴러로 소개하고 있다.
영화의 끝에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 그렇지만 경찰만 그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영화는 마무리 된다. 헐리우드 스릴러물도 이와 유사하지 않은가? 범인이 누구인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거나 아니면 범인을 보여주지만 어디론가 사라지는… 요즘 한국 작가나 감독들도 헐리우드 영화 많이 본다. 이 영화 <간기남>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일부 야채는 맛있는 밋밋한 비빔밥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킬링타임용 비디오용으로는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간기남' 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영화 중간에 나오는 강선우 형사(박희순)의 와이프인 여형사(차수연)와 김수진(박시연)의 통화중에 여형사가 김수진에게 ‘너 내 남편과 잤냐’ 라는 질문을 한다. 영화를 보면 강선우는 김수진의 치명적 매력에 빠져 몇 번이고 김수진에게 유혹을 당하고, 경계가 불 분명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남성의 외도는 육체적인 확실한 성행위가 전제되어야 성립 하는가 여부다. 강선우는 김수진에게 빠져있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육체적 관계이상으로 정신적 간통도 저질렀다. 함께 잤냐? 라는 질문보다 먼저 해야할 질문은,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느냐가 선행되어야 할 듯 한다. 현 사회의 사랑, 성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등장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름 쓸만하다. 박시연은 기대하지 않았던 대로 딱 생각한 정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내가 좋아 하는 박희순은 그의 지난 작품들보다 조금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태… 그의 연기가 그 나마 영화의 코미디적인 요소를 살리는데 역할을 한다. 참 좋은 배우인 것 같다. 그 외의 배우들은 그럭저럭 보통 수준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간기남>에 대한 전체적인 평점을 준다면 7.1정도 주고 싶다.
'12. 6. 21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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