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훈정 감독 〈신세계〉 - 정의와 개인의 존엄이 부딪힐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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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을 하며 본 영화다. 스토리전개가 워낙빠르고, 내용이 묵중하다. 시사하는 메시지도 뚜렷하고, 각본이나 연출도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관이 폭력조직에 잠입하여 프락치 역할을 하는 소재는 홍콩영화 <무간도>나 헐리웃 영화 <디파티드>를 통해 접했지만 우리나라영화로, 색다른 모습을 보이며 <신세계>로 관객에게 다가오니 새롭다. 유사한소재를 통해 스크린에서 모습을 나타냈지만, 기존의 영화보다 훨씬 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간이란 무엇이고, 선과 악이란 또한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밖에 없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부수적인 문제의식도 함께 찾아왔다.
경찰신분이지만 8년 동안 폭력조직의 심장부에서,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제도권 기업그룹으로 성장한 ‘골든문’에서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정재(이자성)는 자신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한다. 이정재를 조폭에 잠입시킨 경찰 강과장 최민식은 대의라는 명분하에 이정재를 조정하며,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를 씌우고, 폭력조직의 와해를 꾀한다. 주인공 이정재는 황정민(정청)의수하로 충성을 다하지만 끊임없이 갈등하며 회색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자신을 저주한다. 경찰인지 조폭인지 어정쩡한 위치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이정재의 존엄성은 대의라는 명분하에 철저히 파괴된다. 조폭에서의 생명력을유지하고 경찰의 목적에 부합되면 살인도 정당화 된다. 그래서 이정재는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들과 같아져야 하는 질고를 안고 살아간다. 오래된 미국영화 <포인트브래이크>에서 은행강도의 일원으로 잠입하여 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던 ‘키아누리브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강형사 최민식은 이정재로부터 얻은 조직內불법자료를 활용해 내부를 이간질 하고, 조직내 두 계파가 서로 피 튀기며 싸우는 상황을 만든다. 폭력과 피흘림, 그리고 죽음은 경찰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정의수호라는 명분하에 법과 질서는 수호해야 할 주체에 의해 유린당한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삶은 고통스럽다. 내가 원한 삶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더구나 국가라는 조직에 의해 규정되고 조정되는 삶은 아무리 훌륭한 대의명분을 가진다 해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주인공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오랜 자기 주체성상실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라져 간다.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는 적이 되어간다. 함께 신분을 숨기고 잠입한 송지효(신우)에 경찰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송지효를 향한 이정재의 토로는 그의 경찰에 대한 불신과개인적 고뇌를 느낄 수 있다.
“하다못해 깡패새끼들도 나를 믿고 따르는데 너네들은 왜 나를 못믿는데?
지구상에, 아니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흐르는 이 묵직하고 음침한 기운이 영화를 통해 처절하게 느껴지며 소름이 돋았다.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秀作이지만 관람하는 동안 아팠고, 마지막 자막이 흐르는 동안 쓰라렸다. 이 개운치 않은 찝찝함이란…, 영화의 제목 신세계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자신이 속하면 안되는 세계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하는 새로운 세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신세계>, 잔인한 장면을 견딜 수 있다면 볼만한 영화다 [출처] 박훈정 감독 <신세계> - 정의와 개인의 존엄이 부딪힐때 |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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