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규 감독 〈역린〉 - 지키려는 자, 보호하려는자, 죽이려는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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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역린>은 정조대왕 즉위 1년에 일어난 정조 암살 시도인 '정유역변' 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역린'은 중국 고전 한비자에 등장하는 말로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의미로 왕의 분노를 표현한 말이다. 즉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부위를 지칭하는 말로, 역린을 건드릴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 이기도 하다.
조선의 위대한 왕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정조는 뒤주에서 죽은 '사도세자' 의 아들로 그의 불행한 가족사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조선의 성군으로 자리매김 하였지만, 조정에 득세한 반대파와의 지난한 싸움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영화 <역린>은 홍상범이 주도한 정조 암살시도 사건인 '정유역변' 을 소재로, 사건이 있은 24시간 동안을 픽션으로 구성했다. 만 하루 24시간 동안 발생한 사건을 스크린에 담았기에 극의 전개가 대단히 빨라 관객으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울러 이 영화는 사극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 현빈이 주인공 정조로 분해 상영 前부터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정조로 분한 현빈은 나름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심하게 무게를 잡는 모습이 평소 그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 약간 어색하기도 했지만, 현빈의 사극 데뷔는 나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정조 암살계획이 대단히 치밀하게 전개된다. 현실에서도 그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적 재미와 서사의 짜임새를 위해 영화는 정조 암살이 정조의 소년 시절부터 준비된 것으로 설정된다. 정조 암살을 계획한 사람들은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강제로 청부 살인 전문가(살수)로 양성하고, 궁궐에 궁녀와 왕의 내시로 투입한다. 하지만 살수로 양성된 그들에게도 명분과 사랑, 관계의 힘에 의해 깊은 갈등을 겪게 되고, 정조암살 과정에 변수로 작용한다. 권력투쟁과 왕의 암살이라는 큰 서사를 이끌어 가는 추동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 보다는 오히려 천한 신분으로 소외된 인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이 재미를 더한다.
살수를 양성하는 포주역할의 조재현의 연기와, <건축학 개론>에서 코믹한 연기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조정석의 연기변신이 돋보이고, 정조의 내시로 분한 정재영은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게감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관객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정조임금 암살사건이라는 주제를 통해 역사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시각적 즐거움도 빼놓을 없지만 말이다.  극중 정조 현빈과 상책 정재영이 중용 23장을 묻고 답하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재영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중용 23장이 울림을 준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이재규 감독 <역린> - 지키려는 자, 보호하려는자, 죽이려는자 |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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