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한수〉 - 복수의 끝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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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얼마 前 바둑을 소재로한 미생(未生) 이라는 웹툰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에 연재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미생'은 책으로 출간되어 웹툰의 인기를 재현 하였다. '미생'은 바둑웹툰이지만 '미생'에 바둑은 등장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바둑용어는 잔뜩 등장하지만 바둑자체는 없다. 껍데기는 바둑으로 치장했지만 정작 알맹이는 바둑기사의 삶을 포기하고 평범한 계약직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장그래의 직장생활 분투기를 그린 것이다.
<신의 한수>도 바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바둑은 재미를 이끌어 가는 도구일 뿐, 피의 복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느와르라고 할 수 있다. 느와르 장르를 이야기할 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가를 논할 때가 많다. 사실 잔인함의 농도를 가지고 영화를 따지는 것은 경박한 호기심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잔인함의 정도가 아니라, 잔인함의 이유이다. 마치 애로영화에서 벗는 수위를 따지기 보다는 그 장면이 왜 필요한 가를 묻는 것이 맞는 질문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 <신의 한수> 는 대단히 폭력적인고 잔인하다. 폭력영화에서 폭력이 나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잔인함의 농도가 매우 짙다. 사람 뼈다귀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황해'와 비견 될 정도로 잔인함을 마치 미학의 경지로까지 몰아간다. 하지만 그 잔인함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즉 받은 그대로 돌려준다는 복수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정우성(태석)은 프로 바둑기사다. 바둑대국에서 지고 돌아온 어느 날, 형은 돈이 오가는 내기 바둑에 원격으로 도와 달라고 정우성을 억지로 내기 바둑판에 끌어드린다. 하지만 상대는 내기 바둑으로 돈을 버는 조폭들이었고, 형과 동생이 계획했던 원격 훈수는 중간에 탄로가 난다. 형은 극도의 잔인한 방법에 의해 살해 당하고, 정우성은 형을 살해한 동생으로 조작되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정우성은 옥살이 中 교도소장과의 내기바둑에서 판판히 깨지는 폭력조직의 두목을 도와 신임을 얻게 되고, 그로부터 싸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후에 전문 싸움꾼으로 변신하여 교도소에서 나오는 날부터 정우성의 피의 복수는 처절하게 그리고 꼼꼼히 진행된다. 자신과 형에게 대했던 방식 그대로 정우성은 상대방에게 복수의 칼날을 날린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나름의 재미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화려한 캐스팅에 걸 맞는 연기력까지 받쳐 주면서 영화는 빛을 발한다. 언제인가부터 연기력 내공이 붙었는지 모를 정우성의 살인적인 눈빛연기, 맹인으로 출현하여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 주는 안성기의 노련함, 악역 연기를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여 잔인함의 정수를 보여 주는 김범수의 카리즈마 등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가 영화를 추동한다. 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매끄러운 서사,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중 후반으로 가면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물론 나만의 느낌일지 모른다) 초반의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진다고 해야 할까? 잔인한 폭력은 심화되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은 서사의 구성보다는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다. 바둑판에 놓여지는 바둑알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 하나의 바둑알이 바둑의 성패를 가른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리라, 매 순간순간의 선택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의 장군 나폴레옹은 마지막 생애를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가 남긴 말은 아직도 구전되어 전해진다. "우리가 어느 날엔가 마주칠 불행은 과거에 우리가 소홀히 보낸 어느 시간의 보복 이다." 라고... 영화에서 허목수역을 맡은 안길강은, 주님역의 안성기가 소원을 물어 볼 때 내기바둑하기 전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고백을 한다. 도박으로 팔을 잃은 그에게 남겨진 것은 가난으로 찌든 비루한 인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우성(태석)도 아마 내기도박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결국 신의 한수는 한방이 아닌 매일의 삶을 성실히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고수 보다는 하수가 많다. 그래서 고수에게 세상은 놀이터지만, 하수에게는 지옥이라고 고백한 안성기의 넋두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출처] <신의 한수> - 복수의 끝을 보여준다. |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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