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민 〈명량〉 - 인물이 서사를 압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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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영화 <명량>의 돌풍이 매섭다. <최종병기 활>을 흥행시킨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명량>은 역대 최다관객수를 보유하고 있는 <아바타>의 흥행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옮겨다 놓은 <명량>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극으로 나름의 흥행요소를 가지고 있다. 민족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 일본과의 해전에서 악조건의 열세를 극복하고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는 점 등, 극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흥행요소가 흥행을 담보하진 않는다. 더구나 '대박 흥행'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쟁영웅을 앞세운 전쟁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적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영화 <명량>의 최단기간 천만관객 흥행은 관객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명량>은 해전장면에 60분 이상을 할애한다. 물론 해전이 있기 전까지 준비하는 과정은 진지하고 엄숙하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지만 인물간의 갈등과 심리묘사는 긴장감을 자아내다. 선조의 명을 전략적 선택에 의해 불복한 죄로 삼도 수준 통제사 지위를 빼앗기고, 고문까지 당했던 이순신이 군사력이 30배 이상되는 일본 해군을 대항하는 것은 불가항력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일부 장수들은 탈영하고 거북선은 불태워진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싸울 의지가 전혀 없는 군사들과, 고작 12척의 배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조는 바다를 포기하고 육전에 힘쓰라는 명까지 내린다. 하지만 이순신은 '고작' 12척이 아닌 '아직' 12척이라는 말로 바다를 포기할 수 없다는 서신을 선조에게 보낸다. 그리고 12척의 배를 가지고 330척의 일본 해군과 싸워야 하는 절대열세의 상황을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과 용기로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바다의 형세를 이용한 지략과, 선봉에 서서 '사즉생 생즉사' 라는 결기로 싸우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영화는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눈에 보이는 그 어떤 막강한 군사력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명량>의 서사는 대단히 익숙하다. 역사 교과서와 TV드라마를 통해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의 명량해전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여 영화는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화려하게 구현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과 리더십에 천착하여 서사를 풀어 간다. 나는 영화의 흥행요인을 무엇보다 이순신이라는 개인에서 찾았다. 대중은 최근 세월호 참사가 보여 준 사회적 모순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이순신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최근 일본의 만행에 분노한 대중들은 <명량>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영화에서 천만관객은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흥행신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준이 바로 천만관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명량>은 영화 자체만으로, 천만관객을 끌어 모을 정도의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해전을 승리로 이끈 전략이 구체적으로 녹아져 있지 않고, 이순신의 리더십이 주로 용맹함에 집중되어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애국심을 건드렸든, 볼거리로 유혹했든, 까다로운 대중의 입맛을 자극하여 천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영화관으로 인도했다는 것은 <명량>에 엄청난 힘이 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영화는 지금도 흥행이 무엇인지 연일 경신되는 관객수로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이순신 리더십도 덩달아 조명되고 있다. 영화제작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말이다.
- 영화 속 대사 中 -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것이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거라." [출처] 김한민 <명량> - 인물이 서사를 압도한다.|작성자 이스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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