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사서>
패권 차지를 위해 전쟁이 일상이었던 춘추 전국시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전쟁영웅들뿐만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중국 철학자들이 대부분 그 당시에 배출되었다. 김원중의 저서 <경영 사서>에는 동시대에 탁월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통해 경영의 지혜를 끄집어 낸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통하는 법가 한비자, 병법의 달인 손자, 사기를 기술한 사마천, 그리고 후대에 정관정요를 지은 당태종 이세민, 이렇게 4명의 사상과 철학을 소개한다.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옛 위인들의 사상을 학습하는 일은 분명 삶에 도움이 된다. 마오쩌둥은 손자병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겨, 늘 침대맡에 두고 수시로 읽었다고 한다. 국공합작 당시 장개석의 국민당에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던 마오쩌둥은 손자병법에 나온 전략과 전술을 활용하여 승리했다고 한다. 미국의 해군 제독 새뮤얼 그리피스는 영문판으로 번역하여 출간할 정도였다고 하니 고전의 힘이 시대를 초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일을 법과 원칙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한비자의 목소리는 혼돈의 시대에 확실한 울림의 소리였다. 진시황은 이사를 통해 한비자를 소개받았고, 한비자의 정치 철학에 매료되었다. 환경적으로 열악한 진나라의 시황제는 한비자의 ‘법, 술, 세’ 개념을 읽고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니 한비자의 사상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혼란과 전쟁의 시대에는 유연성보다는 엄격한 규칙과 통제가 힘을 발휘한다. 한비자가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을 강조한 공자가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환영받지 못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한비자는 이사의 꾐에 빠져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맞게 되지만 그의 정치사상은 지금도 유효하게 쓰임 받고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은 서두에서 설명했듯이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활용하고 있는 병법서다. 병법서라 해서 단순히 병법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다. 헨리 키신져는 서구와 다른 중국의 특이성을 <손자병법>에서 찾아다고 하니, 병법 이상의 중국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손자병법>은 실천서이기도 하지만 군사문제, 전쟁 문제에 대해 손무의 철학이 녹아져 있다. 병법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기실 철학은 다소 고차원적 학문이다 보니 실천으로 연결하기가 쉽진 않다. 그러서였을까? 마오쩌둥은 <손자병법>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쓸모없는 책이라고 폄하했다고 한다. 손무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일을 해결하는데 가장 좋다고 단언했다. 병법을 논하며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말이 선뜻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잘 따져보면 농경 중심 사회의 중국 입장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설사 자국이 승리한다 해도 막대한 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무는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과 전술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국가라는 더 큰 조직의 안위를 생각했던 것이다.
직언을 하다 억울하게 궁형의 벌을 받은 사마천이 기술한 사기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유방과 함께 한나라를 세운 개국 공신들의 처세를 보면 겸손과 낮아짐의 유익을 확인하게 된다. 최고 권력자는 항상 자신의 자리에 대해 민감하다. 혹시나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여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골라 끊임없이 테스트를 한다. 유방과 함께 나라를 세운 공신인 장량은 관직을 내려놓고 조용히 도를 닦으며 살아간다. 반면에 한신은 모반을 계획하다 죽임을 당한다. 유명한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한신의 입에서 나온다.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서로 적대관계에서도 빛난 우정을 보여준 관중과 포숙의 관포지교의 사례도 눈에 들어온다. 합종연횡으로 유명한 소진과 장의의 지략 대결 또한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고전 특히, 중국 고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말고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전에 등장한 사람들의 무용담과 에피소드를 접하며 인간의 다양성, 삶의 역동성과 의외성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의 재미도 쏠쏠하다. 깨우침은 인간이 가지는 장점이다. 책을 통해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소중한 지혜를 발견하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