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이 추창민의 영화 '7년의 밤'으로 다시 태어났다. 추창민 감독은 '광해'를 연출했던 탁월한 감독이다. 게다가 내러티브가 돋보였던 소설이 영화로 나온다고 하니 독자들의 기대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기대는 우려로, 우려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슬픈 예감은 왜 현실에서 일어나는지...
소설이 스펙트럼이 다양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는 두 주인공, 영재와 현수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두 인물의 다층적인 심리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부성애와 부성애의 대결로 몰아 가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그 역시 실패한 듯하다. 원작 소설은 스릴러에 가깝다. 우연한 교통사고가 야기한 비극에, 개성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역할이 직조되어 탁월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전설의 고향에서 나올법한 신령한(?) 우물이 등장하고 우물은 곧 미신과 융합하여 공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공포와 스릴러의 결합이 어색하다. 감독이 욕심을 너무 부린 과유불급이라고 해야 할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소설과 동일하지만 엉뚱한 공포 요소의 가미와 과도한 축약으로 정체불명의 영화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몇 가지 건진 것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 오영제 역할의 장동건의 연기와 아들에 대한 무한정 이기적 사랑을 보여준 류승룡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또한 소설의 배경이 된 세령마을의 음습한 분위기를 스크린에서 잘 재현시켰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물론 소설을 읽지 않은 관람객에게는 나름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망작까지는 아니다. 다만 워낙 강렬했던 소설을 경험한 나로서는 무척 실망스럽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 공교롭게도 소설 제목처럼 영화는 소설이 나온 지 7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5년 전 소설을 읽고 작성한 서평>
https://blog.naver.com/peterfine/50178388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