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마다 부족함을 느낀다. 2012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하지만 이웃이 증가하면서 점점 글 쓰기가 어려워졌다.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부족한 필력 때문에 글쓰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글쓰기는 필수다. 하여,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고종석의 <문장>,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 등 최소한 10권 이상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필력이 개선되지 않는다. 힘을 빼라고 하는데 써놓은 글을 보면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고, 난해한 말이 있다. 글을 잘 쓰기가 쉽지 않다.
서점에 가보니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신문사 기자 출신 작가가 쓴 <기자의 글쓰기>라는 책이다. 저자가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글쓰기 방법론이 담겨 있다. 저자는 좋은 글은 쉽고 재미있다고 단언한다. 자신이 쓴 글을 평생 감춰두고 혼자 읽지 않는 이상 반드시 독자가 있다. 저자는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기 때문에 독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재미있는 글을 좋아한다. 책에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죽은 책이라고 말한다. 독자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영화가 관람객을 유인하듯 재미있는 책은 독자를 유혹하지 않는가?
저자는 글쓰기 방법론으로 '쉽게 쓰기'를 제시한다. 현학적 글쓰기는 자기만족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독자를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어려운 용어를 피하고 되도록 누구나 알 수 있는 입말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짧게 쓰기를 권한다. 짧게 쓰기 위해서는 긴 문장보다는 단문을 써야 하고, 수식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단문은 읽기 편하고, 대화하듯 쓴 글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수식어의 나열을 피하고, 입말을 사용하고, 단문으로 짧게 쓰면 단순하지만 읽기 편한 좋은 글이라고 한다.
저자는 글쓰기 방법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팩트(Fact)를 강조한다. 팩트가 많으면 글이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구체적인 사실을 최대한 많이 기술하고 주장을 하라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팩트로 가득 찬 글은 거짓이라도 사실처럼 보인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팩트는 글을 명쾌하게 만든다. 팩트가 담긴 글은 투명하고 명확한다. 가끔 불명확한 글, 결론이 애매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독자의 호기심 유발이 목적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과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글을 쉽게 쓰기가 어렵게 쓰기보다 어렵다. 쓸 때마다 느낀다. 일부러 어렵게 쓰려고 하지 않는데 어렵게 쓸 때가 많다. 글을 쓰고 난 후에 읽어보면 영 부자연스럽다. 그럴 때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이 쓰면 글 솜씨가 늘겠지만 한계가 있다. '열심' 만 가지고는 어려우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언제 내공이 쌓여 어렵지 않게 펜만 들면 술술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 속으로>
70년 전인 1946년 오엘이 <정치와 영어>라는 수필에서 내놓은 글쓰기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인쇄물에서 흔히 본 직유, 은유는 절대 쓰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상관없는 단어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다면 '절대' 수동태를 쓰지 않는다. 예컨대 '그 남자가 개한테 물렸다'라고
쓰기보다는 '개가 그 남자를 물었다'라고 쓴다.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5. 일상생활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 용어, 전문용어는 '절대'쓰지 않는다.
6. 대놓고 상스러운 표현(anything outright barbarous)을 쓸 수밖에 없다면 위 다섯 원칙을 깨버린다.
_43쪽
좋은 글이 가지는 특징
1. 좋은 글은 팩트다.
2. 좋은 글은 구성이 있다.
3. 글의 힘은 첫 문장과 끝 문장에서 나온다.
4. 좋은 글은 리듬이 있다.
5. 좋은 글은 입말로 쓴다.
6. 좋은 글은 단순하다.
7. 좋은 글은 궁금함이 없다.
_47~5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