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우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 책읽기 방법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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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권우 책 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누군가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책은 영혼을 살찌우고 생각의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답변을 해왔다. 영혼을 살찌운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의 근육과 같은 은유적 표현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말이 길어지며 가지를 치게 된다.현실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을 이야기 하라면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끊임없이 탁마하고, 삶을 좀더 윤택하게 하고 등등… 솔직하게 톡 까놓고 이야기하면 잘 살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라고 다소 투박하고 거칠게 말할 수 있다. 사실 책 읽기의 이유에 대한 질문은 무용하다. 이는 마치 밥을 왜 먹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답변의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지 책 읽기가 유익하다는 것은 대중이 동의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권우 작가가 쓴 <호모부커스>는 책을 읽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책 벌레이며 독서 예찬론자로 잘 알려진 이권우 작가의 독서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 책에 담아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답변은 중국의 공자와 조선시대 책벌레 선비 이덕무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공자의 세속적 성공과 성인의 자리에 올라선 이유가 책 읽기에서 비롯됨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서는 곧 사회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라는 것이며, 존재의 변신 즉 책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정화하여 성인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덕무의 경우는 조금 모호하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깨우침과 책 읽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려 한 것이지 저자의 의도는 명징하지 않다. 이덕무처럼 열심히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인 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이권우 작가가 제시하는 독서 방법론은 무엇일까? <호모 부커스>에 소개된 책읽기관련 다른 참고 도서에 대한 설명과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그의 독서 방법론이 한 쪽으로 완전히 경도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천천히 읽어 음미하고 사색하라’ 이다. 그의 독서 철학을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술술 넘어가는 책은 심지어 책이 아니라고 폄하한다. 속독은 절대 책 읽기가 아니니 권하지 않는다고 한 그는 느리게 읽는 것이 진정한 책 읽기라고 주장한다. 느리게 읽기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들으면 매우 즐거워했을 대목이다.
“책읽기란 “마치 과일을 먹는 것과 같다. 처음에 과일을 막 깨물면 맛을 알지 못한 채 삼키게 된다. 그러나 모름지기 잘게 씹어 부서져야 맛이 저절로 우러나고, 이것이 달거나 쓰거나 감미롭거나 맵다는 것을 알게 되니, 비로서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책읽기가 마치 약을 먹는 것과 같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한 번 복용하고 어떻게 병이 나올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복용하고 또 복용하고 여러 번 복용한 뒤에나 약의 효능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_37쪽
저자는 책읽기를 자전거 타기와도 비교를 했다. 처음에 자전거를 배울 때는 누군가 뒤에서 잡아 주지만 페달을 밟아 나아갈 때면 뒤에서 잡은 손을 놓아준다. 그리고 운전자는 계속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로 본다면 독자가 감탄과 비판, 상상과 꿈꾸기를 통해 저자가 만들어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글을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 할 수 있다고 하니, 자전거의 뒤를 잡아주던 손을 놓은 후 페달을 계속 밟아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원리와 같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고, 독자의 생각대로 음미하고 글을 내용을 독립적으로 재해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 빨리 읽히는 책이 책으로써 가치가 없다면 문학성이 떨어지고 독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대중소설이나 자기계발 실용서는 그가 정의하는 책에 범주에는 속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느리게 읽고 사색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강조어법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일견 이해도 가지만, 책을 빨리 읽는 독자들로서는 불쾌(?)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책을 빨리 읽는 독자도 사색하고 음미한다. 많은 독서량이 이해의 속도를 가속화 시켜 빨리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주장하는 책 읽기의 방법론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주석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것과, 책을 읽은 후에 서평을 쓰고, 토론을 해야 한다는 방법론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울러 기왕이면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을 더불어 읽는 '겹쳐 읽기'를 권한다. 유사한 주제나 이론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저자들을 만나게 되면 독자의 머릿속에서 자체토론이 일어나고,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평화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서재의 평화는 절대 바라지 않는다. 서재는 전쟁터야 한다. 그 누군가가 절대권력을 한껏 뽐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롱하고 희롱하고 비판하는 마당이어야 한다. 삿대질하고 집어 던지고 엎어 버리고 깨트려 버려야 한다" _158쪽
저자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기를 원한다. 하나의 통일된 가치에 수긍하고 따라가는 전체주의가 아니라,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국가들이 대립하였듯이, 다양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유의 지류들이 만들어져야 함을 역설한다.
책읽기 방법은 개인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들은 차이가 없는 듯하다. 느리게 읽던 빠르게 읽던, 책의 내용을 깊이 음미하고, 사색하여 독자의 생각으로 재해석 해야 한다는 것에 異論을 제기할 수 없다. 많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책에 불어넣어 저자와 대립하고 때로는 타협함으로써 독자 개개인의 단독성이 확보될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은 후 항상 서평을 쓴다. 서평을 쓰면서 읽었던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좋은 글은 활자로 다시 옮겨 적는다. 아울러 책에 대한 비판과 공감도 빼놓지 않는다. 이러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저자가 쓴 책을 내가 충분히 소화하여 나만의 책으로 재해석 하는 창작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전부서 직원들에게 이 책을 나누어주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이 책을 통해 직원들이 책읽는 열정에 불을 지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식에 대한 열망에는 권력의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다는 것은 지배한다는 것이다. 책으로 쌓는 바벨 탑은 그래서 위험하다. 무조건 앎만 추구하는 것은 지배한다는 것이다. 책으로 쌓는 바벨 탑은 그래서 위험하다. 무조건 앎만 추구하는 삶은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하는 파우스트다. 앎의 궁극에 이르면서도 지배와 권력의 욕망을 경계할 줄 아는 것. 이 역설을 부여잡고 있을 적에 진정 책의 주인이 된다 _ 178쪽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 이권우 / P223 / '12.9.14 by East-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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