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주인공이 내면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자연과 음식, 인간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 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도시 생활에서 사랑도, 취업도 물거품이 된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잠시 쉬러 시골 고향에 내려온다. 아무도 없는 고향집에서 집을 나간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음식을 만들고, 텃밭을 일군다. 처음 고향집에 내려왔을 때 그녀를 반겨 준 어린 시절 친구들과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서로를 보듬는다. “왜 내려왔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혜원은 “배고파서”라고 답한다. 영혼의 허기짐, 내면의 공허함을 표현했을 말이다. 그리고 고향 친구 둘은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성 친구 은숙(진기주)은 주인공이 도시를 떠났다고 이야기하고, 이성 친구 재하(류준열)는 도시를 떠난 게 아니라 고향에 돌아왔다고 말한다. 같은 의미로 들리지만 전혀 다른 각도에서 주인공의 고향행을 바라본다. 은숙은 혜원의 귀향을 실패로 규정했지만 재하는 희망으로 정의했다.
잠시 머무르려던 고향집에서 혜원은 1년을 넘게 머문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생하며 음식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나눈다.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솔직함과 우직함에 동화된다. 그렇게 주인공 혜원은 끊임없이 과거를 현재로 복원시킨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단순히 막막한 현실을 외면하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엄마의 부재도 자신과 독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친구들도 그녀에게 더 없는 위로를 준다. 결국 그녀는 어둠 속에 갇힌 자신을 꺼내 빛의 세상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한다.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사계절의 모습을 담는다. 시골의 사계뿐만 아니라 계절에 맞는 다양한 음식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임 순례 감독은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을 영화 속에 담아냈다. 파격적이지도, 말초적이지도 않다.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의 여운을 준다. 주인공 혜원에게 ‘리틀 포레스트’ 는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고향이었다. 우리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어디일까? 눈에 보이는 실체화된 장소 일 수도, 아니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일 수도, 아니면 어떤 대상일 수도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들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준다. 이제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 떠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