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노트7 리콜] 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해보니...방문자는 2명, 전화폭주에 ＇진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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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바쁜 데 언제 또 매장을 방문해요. 퀵으로는 못 받나요?”
“제품 반납할 때 박스도 필요한가요?” (갤럭시노트7 구입자)
“고객님 죄송합니다. 교환 제품 물량이 순차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잠시만 기다리시면 본사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몇 대가 올지 모르니 본사에서 연락이 오면 저희한테 다시 한번 연락해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 직원)
19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첫날. 이날 기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서울 시내의 통신사 대리점 A 매장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근무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새제품 교환 서비스의 과정을 살펴봤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사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새제품 교환 서비스를 위해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13일 대리점 등 이통사 유통망에 피자 2판씩을 보냈다.
카톡 “9월 30일까지 신규 가입은 받지 마라”
오전 10시. 업무가 시작할 무렵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통신사로부터 온 카카오톡 쪽지였다. 오는 9월 30일까지 갤럭시노트7의 신규가입을 받지 않겠다는 것. 새제품 교환에 집중해달라는 의미다. 이 통신사는 인센티브 지급률도 조정했다. 대리점주가 갤럭시노트7의 교체를 많이 할수록 인센티브를 더 많이 지급한다고 했다.
이 통신사의 내부 가입망에는 ‘갤럭시노트7 개통고객 조회’ 페이지가 신설됐다. 이 페이지에서는 교환을 원하는 소비자가 어느 매장에서 샀는지를 보여줬다. 갤럭시노트7 새제품은 교환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한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만 가능하다.
포장박스 검은색 ‘점’의 정체는
오전 10시 20분. ‘직배(본사에서 대리점에 단말기를 배송해주는 사람을 일컫는 업계 용어)’ 직원이 갤럭시노트7 3대를 전달했다. 색상은 지난달 19일 개통한 블루 코랄, 골드 플래티넘, 실버 티타늄 색상이었다.
새 제품 포장박스에는 기존 제품 박스와 달리 검은색 사각형 모양의 점이 있었다. 새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표시색은 녹색이었다. 기존 제품의 배터리 표시색은 ‘흰색’이다. 판매원들은 이 두 가지로 리콜 제품과 신 제품을 구분했다.
10시 40분. 대리점 점장은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갤럭시노트7 새 제품 교환 서비스에 대한 직원 교육을 진행했다.
“제품 교환은 제품을 개통한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뒤늦게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소비자는 답답하지만, 매장을 방문해도 교체 받을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 정해진 물량만 대리점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리점에서는 제품 교환 대상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가 직접 연락할 예정입니다.”
방문자는 적고 전화문의는 ‘폭주’
오전 11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19일 가장 빨리 제품을 개통한 50대 남성인 A씨였다. A씨는 “해외 이동이 많은데 비행기에 반입이 안 된다고 하니, 개통 철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전화를 받은 판매원은 교육받은 내용 이외의 질문이라 당황했다. 본사에 연락해 관련 내용을 물어봤지만 확실하게 답변해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A씨는 개통을 철회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삼성전자 홍보실에 직접 문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정부나 항공사에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사용주의를 발표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비행기에 들고 타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전원을 끈 상태로 가지고 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낮 12시. 오전 내내 매장을 직접 찾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대신 리콜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판매원들이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왔다. 일부 소비자는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과 관련해 이날 50통 이상의 전화문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전화통화 내용은 “언제 가면 되나?”, “통신비 지원은 얼마", “단말기 본체만 들고가도 되나?” 등 대부분 비슷했다.
같이 근무하던 한 판매원은 “소비자의 질문이 대부분 비슷해, 제조사나 통신사에서 중복되는 질문을 취합해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다른 매장 직원들에 연락을 해보니 전화문의가 많고 똑같은 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A 매장의 지점장은 “리콜을 준비하는 기간이 추석연휴와 휴일과 겹치면서 본사로부터 새제품 교환 서비스와 관련해 자세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교환용 제품이 19일 오전에 들어온다는 것도 일요일(18일) 저녁에 알게 됐다”며 “리콜 탓에 소비자가 화가 난 상황에서 적절한 답변을 해줄 수 없어 삼성전자나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이날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도 통신비 지원에 대한 문제였다.
대리점으로 전화를 건 한 소비자는 “아는 사람에게 들었는데, 삼성전자 측에서 통신비 8만원을 지원해준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 소식이 없는 거냐”라며 거세게 항의를 했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는 통신비 지원 금액을 협의 중이며 지원 금액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구입했던 대리점을 방문해 교체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용산 전자상가, 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지방에서 찾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한 소비자는 전화문의를 통해 테크노마트에서 제품을 구매했는데 집과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교환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와 관련해 판매사는 “현재 정책으로는 구입한 매장을 방문해야 하고 본사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보고받았고 택배 등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울린 카톡 “삼성전자 배터리 60% 제한 강제 업데이트”
오후 1시. 점심 이후 본사로부터 카카오톡 쪽지가 도착했다. 대리점에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관련 안내를 하라는 지시였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있는 갤럭시노트7의 추가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일 새벽 2시에서 7시 사이 무선으로 단말기 소프트웨어 강제 업데이트를 한다.
OTA(over-the-air) 기술을 이용한 이번 업데이트는 기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를 60%만 충전하도록 조치한다. 추가 폭발 사고를 막고 신제품 교환을 독려하는 조치다.
첫 교환 손님 등장
오후 4시. 드디어 갤럭시노트7 새제품 교환을 원하는 소비자 K씨가 직접 매장을 찾아왔다. 이날 갤럭시노트7을 교환하러 온 첫 손님이었다. K씨는 대리점주에 “마음먹고 좋은 제품 샀는데 배터리 문제가 생기고 계속 써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K씨는 지난달 19일 이곳 매장에서 갤럭시노트7 블루 코랄색상의 제품을 구입했다.
K씨는 5년 넘게 삼성전자(005930)갤럭시 시리즈만 구매해 온 충성 고객이었다.
그는 “어찌 됐든 삼성전자가 빠르게 새제품 교환을 결정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리콜과 관련해 문자는 많이 오는데 자세한 일정과 시기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한 소비자 매장을 5시에 방문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다른 갤럭시노트7 교환 대상자인 J씨는 매장을 찾았다.
J씨는 제품을 교환하며 “배터리 폭발 기사를 보면서 무서워서 잘 보이는 곳에서만 충전하고 저녁에 잘 때는 충전을 하지 않았다”며 “매장까지 다시 찾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안전한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개통에는 20~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특성상 전화번호, 사진∙동영상, 카카오톡 쪽지 등 개인적인 정보들이 많아서, 데이터를 새로운 휴대폰으로 이동시키는데 시간이 약 40분~50분 정도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갤럭시노트7을 새 제품으로 교환하는 데 1시간~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그래도 매장 붐비는 것 같아요.”
오후 7시. 통신사로부터 정책이 내려왔다. 갤럭시노트7 새제품 교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상품을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정책이다. 월 사용료가 높은 기가 인터넷에는 3만원,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적은 일반 인터넷은 2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통신사의 IPTV상품을 유치하면 2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는 평소보다 5000원~1만원 많은 수준이다.
SK텔레콤 판매점주는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 수가 절반 이상 줄었는데, 이번 갤럭시노트7 출시와 새제품 교환 소동으로 매장 방문객이 소폭 늘었다”며 “제품 교환 과정이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영업을 시도해보라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오후 8시 30분. 마감 시간이다. 이날 교환된 갤럭시노트7 새 제품은 겨우 2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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