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창 〈모나코〉 - 고독은 극복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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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작가 : 김기창 출판 : 민음사 발매 : 2014.10.10 〈모나코〉 누군가 곁에 있어도 절대 고독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존재의 무가치함을 느낄 때, 고독의 깊이는 더하다. 욕망을 통해 고독을 해소하고자 하지만, 완전히 충족되지 않은 욕망은 갈증을 유발하고, 절망의 길로 이끈다. 결국 고독은 회복되지 않은 채로 고독으로 끝난다. 김기창의 소설 〈모나코〉는 고독한 한 노인의 삶을 통해 죽음의 가벼움과 고독의 중후함을 대비시켜 보여준 작품이다. 독자에게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언어의 힘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김기창 작가의 처녀작이며, 2014년 오늘의 작가상의 영예를 안겨줬다고 한다. 〈모나코〉의 서사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무명의 노인이다. 은퇴한 재력가 노인에게 삶은 덧없다. 허무함이 일상을 지배하는 노인에게 주변의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 노인에게도 무료함을 달래주고, 자신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 보육원에 살고 있는 미혼모 진은 노인의 마음을 흔든다. 진은 유부남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노인과 조우하며 애틋한 감정을 나눈다. 노인에게 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대상이며, 욕망을 느끼게 하는 객체다. 주인공 무명 노인의 모습은 ‘이보다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의 주인공 잭니콜슨을 연상케 한다. 괴팍한 성격, 독특한 행동, 결벽주의, 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숨겨져 있다. 노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도 있다. 노인을 도와 주는 가사도우미 ‘덕’이다. 가사 도우미 덕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노인도 덕도 오래 전에 배우자를 잃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의지한다. 일상에서 조우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들은 정상적이지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진의 남편이 나타나며, 노인의 욕망의 불길도 꺼져간다. 덕의 시어머니의 죽음은 노인의 죽음도 곧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죽음은 가볍고, 고독은 심화된다. 노인과 관계한 사람들은 각기 자기의 길을 떠나고 노인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 고독한 노인의 집을 찾는 자가 없어 노인의 주검은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된다. 노인의 죽음은 슬프지 않다. 주변도 그리고 독자도… 노인의 죽음은 왜 슬픔을 전해주지 못할까? 죽음을 다루는 저자의 방식이 너무도 태연해서일까? 저자는 노인의 죽음을 통해 비정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노인의 죽음과 비정한 현대사회의 관계를 극적으로 묘사하진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한 노인의 일상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 잊혀진 존재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더욱 극적으로 기술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도 무기력한 노인의 죽음에 대해 우린 대체로 무감각하다. 잠깐의 애도와 익숙한 이별의 절차만 남을 뿐이다. 슬프지 않은 노인의 고독한 죽음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 〈모나코〉 / 김기창 / ＇14.12 / 출처 : 이스트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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