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화 〈생각의 좌표〉 -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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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작가 : 홍세화 출판 : 한겨레출판 발매 : 2009.11.24 〈생각의 좌표〉 매일 뉴스를 보는 일은 대단한 절제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거기엔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과 절망이 담겨 있다. 나와 다른 ＇나＇들이 절망적인 순간에 선택한 죽음은 동시대인들인 ＇나＇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줘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죽음들에 이미 익숙해져 무력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 죽음에 이르는 선택은 인간성을 상실한 무서운 사회를 향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손짓이다. 그 ＇나＇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기까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_118쪽 암울했던 시대에 정치와 이념 이슈로 귀국하지 못하고 낯선 타국 파리에서 20년을 살아야 했던 진보 지식인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는 왜곡되고 뒤틀려진 현실의 부조리를 개탄하며,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비판과 성찰을 촉구한다. 책은 시종일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리사회를 조목조목 짚어 낸다. 자본의 힘, 학벌의 힘, 정치권력의 힘, 그리고 그 모든 힘이 결합된 더욱 큰 힘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탄식한다. 저자는 〈사회를 말하는 사회〉(북바이북,＇14.6)에서 지적한 한국사회의 민낯을 동일한 시각에서 들춰 낸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다름의 미학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임에도 그런 사회를 품기에는 아직 버거운 모양이다. 물론 그 버거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의 힘이 대단히 미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은 대부분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라는 이름을 갖는다, 아무리 그악스런 자본이라 할지라도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생산을 멈추면 작동될 수 없고, 소비자들이 힘을 합쳐 생산을 멈추면 작동될 수 없다. 최후의 칼자루는 분명 서민이 쥐고 있다. 〈중략〉 서민은 서민 전체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모두 그럴 듯한 수사로 ＇우리＇의 문제를 말한다. 그러나 의식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개인＇이다. ＇서민 나＇들은 자본이 주인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마름이나 머슴이 되겠다고 다투면서 선망과 경쟁의식으로 ＇서민 우리＇를 배반한다. _116쪽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약자인 서민들이 자신들의 위치와 정체성을 상실하고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동경하고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기를 욕망하는 현실에서 오늘의 자기를 배반하는 상황은 상식이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안타깝게도 1%가 될 수 없음에도 그 1%를 동경하고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은 서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래서일까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배움이 많아지고, 지식이 쌓이고, 정보는 더 많이 노출되었지만 자본권력에 익숙해진 탓일지 시대를 거스르는 대중의 지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싸워왔는데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 했나＇ 라고 말하기보다 ＇소수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나마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는 편에 서겠다고 한다(6쪽)는 말을 통해 희망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우리가 아닌 내가 의식의 주체가 되어 생각의 주인으로 살 때, 검지도 희지도 않은 회색인간이 아닌 선명한 원색으로 살 때, 그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비록 현실의 암울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융합된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지만 작은 희망의 증거를 부여잡고 묵묵히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홍세화의 〈생각의 좌표〉는 이 시대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내면에 잠재고 있던 본능을 자극한다. 생각의 주인으로 살아가라고... ;) 〈생각의 좌표〉 / 홍세화 / 출처 : ＇14.11 By 이스트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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