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小米)가 내놓은 로고 없는 노트북PC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정식 판매에 앞서 지난 7월27일 베이징 발표회장에서 첫 선을 보인 샤오미의 첫 노트북은 커버면(액정화면의 반대면)에 아무런 로고를 넣지 않았다. 커버를 열면 액정화면 밑에 샤오미 로고가 있지만 다른 노트북 PC와는 다른 외관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샤오미가 2일부터 판매하는 첫 노트북 PC(앤왼쪽 위) 커버면에 로고가 없다. 커버면을 꾸밀 표지들. /레이쥔 웨이보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雷軍)회장은 발표회장에서 로고없는 노트북을 두고 유머를 던졌다. “이렇게 해야(로고가 없어야) 많은 기자들이 샤오미 노트북을 들고 각종 발표회에 가더라도 난감해 하지 않을 것이다.”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레이 회장은 이어 정색을 하고 로고없는 노트북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동료의 제안을 채택했다며 샤오미를 과학기술계의 무인양품(無印良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달았다. 

무인양품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생활 용품 브랜드로 이름 그대로 제품 어디에도 로고가 없다. 경쟁력있는 기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이념이 담겨있다. 레이 회장은 과거에도 샤오미를 무인양품처럼 만들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레이 회장이 밝힌 또 다른 이유는 맞춤형 소비를 원하는 젊은층 고객을 위해서다. 커버면을 고객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레이 회장은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샤오미가 고객을 위해 준비했다는 노트북 PC 커버면용 표지 디자인을 올렸다. 

샤오미의 설명에도 중국에서는 레이 회장의 자기 비하성 유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중국 인터넷 산업 전문 사이트인 iDoNews에 실린 한 컬럼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로고는 회사의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기업의 이미지와 명예를 상징한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웃을 수 없었을 것이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국의 정보기술(IT) 사이트인 테크2ipo는 “고객을 깊숙히 이해하기를 원하는 기업인 샤오미는 자사의 로고가 고객의 감정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샤오미의 노트북에 로고가 없다. 고객은 스스로 애플의 로고를 부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샤오미의 로고 없는 노트북을 삐딱하게 보는 시각은 애플의 맥북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샤오미 노트북의 영문 이름은 미북에어(Mi Book Air)로 맥북에어(Mac Book Air)와 비슷하고, 맥북처럼 금속 재질로 외관을 만들었다. 

샤오미측은 또 자사의 노트북이 맥북에어를 겨냥했다며 같은 화면크기의 맥북에어에 비해 덜 무겁고, 더 얇다는 점을 강조했다. 13.3인치 모델 가격은 4999위안(약 85만원), 12.5인치 모델의 경우 3499위안(약 59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민스마트폰을 내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레이쥔 웨이보

샤오미가 저비용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나선 것도 노트북 PC에 로고를 빼는 전략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샤오미는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이후 줄곧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정식 광고대신 입소문에 의존해온 저비용 마케팅 전략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데 이어 최근엔 ‘국민’을 내건 광고 간판을 버스정류장 곳곳에 내거는 등 공격적인 브랜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샤오미는 2013년 팔기 시작한 홍미(紅米)브랜드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근 1억1000만대를 돌파했다며 이를 ‘국민 스마트폰’으로 명명했다. 동시에 류스스(劉詩詩) 등 3명의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채택하면서 국민여신, 국민동생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베이징 왕징 버스정류장에 송중기를 광고모델로 쓴 비보와 중국 연예인 류스스를 모델로 쓴 샤오미의 광고가 나란히 걸려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