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jrigjwwe9r0UNIMO_MULTIBOARD:Brd_Contents 미래부 ＂단통법 기준은 9만원이다＂vs이통사 ＂시장상황 따라 선택하는 것뿐＂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최대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요금제를 놓고 ＇신경전＇를 벌이고 있다.
지원금은 이통사들이 가입자들에게 휴대폰 구입비를 할인해주는 일종의 보조금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가입하는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시키고 있다. 이통사들이 현재 휴대폰 구입비를 가장 많이 지원하는 요금제는 월 12만원 대역이다. 미래부는 바로 이 기준을 낮추라고 이통사에 요구하고 있다. 즉, 월 12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지 말고, 월 9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요금제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래부 요구대로 기준을 바꾸게 되면 월 12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과 월 9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조건이 동일해져서, 월 12만원대 요금제 가입자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늘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마냥 어렵게 된 상황에서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을 갉아먹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입장이어서,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래부 ＂4만~6만원대 지원금 더 높여야＂
6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이통3사에게 월 9만~12만원대 요금제에는 법정 상한선에 가까운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9만원대 이하부터 요금 규모에 비례해 지원금을 책정하는 방안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통사들은 현재 12만원대 요금제에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밑으로 떨어질수록 비례해서 보조금이 줄어드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많은 고객이 선택하는 4만~6만원 사이 요금제에 적은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통법의 고시에는 요금제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즉, 종전에 고가요금제 가입자에게만 집중됐던 지원금을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도 비례적으로 지급해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도록 했다. 이같은 비례적 지급에 따라, 저가요금제를 선택해도 그에 걸맞는 지원금을 이통사에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9만원대 요금제에 3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 요금제의 3분의1 수준인 3만원대 요금제는 1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9만원대 이상의 요금제에 대해서는 ＇비례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월 4만5000원 요금제에 대해 15만원을 지원한다면, 월 9만원대나 12만원대 요금제에 대해 모두 30만원의 지원금을 줘도 된다는 의미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원금 비례지급의 취지는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는 거의 지원금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며 ＂따라서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 얼마정도라도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가부터 최고가까지 모두 비례적으로 지급할 필요없이 저가요금제에 공평한 지원금을 지급하기만 한다면, 9만원 이상 고가요금제부터는 지원금을 동일하게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자, 지원금 지급방식은 미래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9만원대 요금제부터가 아닌 12만원대 요금제에 대해 가장 많은 지원금이 실린 것이다. ＇갤럭시노트4＇의 경우, KT는 월 12만9000원 요금제에만 30만원을 지원하고 월 9만7000원 요금제에는 22만6000원을 지원한다. 9만원과 12만원 요금제 사이에 차등을 둔 것이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중 40% 이상이 가입하는 6만원대 요금제 지원금은 15만6000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도 12만원대에는 27만9300원, 9만원대에는 21만원을 지원한다. 6만원대 요금제에는 16만1700원만 지급한다. SK텔레콤은 9만원대와 12만원대 요금제가 없어 가장 높은 요금제인 월 10만원에 가장 많은 지원금인 22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법에서 9만원대 요금제 이상부터 최고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도 이통사들은 이를 따르지 않아 실질적인 지원금이 낮아졌다는 게 미래부의 판단이다. 9만원 요금제의 지원금을 최고액으로 높이면 9만원 이하의 요금제도 이 기준에 맞춰 자동으로 지원금이 상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월 기본요금 12만원대 가입자는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한데 굳이 여기에 30만원을 투입하고 9만원에 그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니 전체 이용자의 절반이 넘는 4만~6만원대 고객들에게 주는 지원금이 함께 줄어드는 것＂이라며 ＂9만~12만원대를 동일하게 30만원씩 지급한다면 지원금 기울기가 가파르게 돼 더 많은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데도 이통사이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고 이통사를 비판했다.
◇이통사들 ＂사업자 자율 보장해줘야＂
이통사들은 이같은 미래부의 입장에 대해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논리에 따라 지원금을 전략적으로 책정해야 하는 사업자의 자율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고가요금제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일괄적으로 올리라는 건 다소 무리한 요구＂라며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요금제는 이통사의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 및 수익성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여러 방향으로 분석해 현재 수준의 보조금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상황에 맞게 이통사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이통사들의 논리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9만원 요금제부터 같은 지원금을 주면 그 아래 요금제 가입자에게 지원금을 더 줄 수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제조사로부터 장려금이 더 지급되는 휴대폰도 있고, 전략적으로 더 팔아야 하는 모델도 있고,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모델도 있는 등 상황이 다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은 이 상황들을 고려해 책정되는 것이며 실제로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모델의 경우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도 3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지급된다＂며 ＂사실상 스펙, 기능 면에서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또 9만원대 요금제 이상부터 지원금을 동일하게 지급한다고 지원금이 전반적으로 올라간다는 것도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원금을 이통사들이 선택하도록 만든 건 정부＂라며 ＂9만원대 이상부터 동일한 지원금을 책정하라고 하면 이통사가 자신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최고 지원금 규모를 낮춰 전체적인 지원금 규모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통점에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해 불법 지원금 살포를 조장하지 말고, 그 돈을 차라리 고객에게 직접 지급해서 마케팅을 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